삼성, 미국 파운드리 20조원 투자 계획…"지원금 받으면 투자여력 개선"
국제 무역분쟁·과잉 생산 부작용 우려도 나와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김철선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520억달러(약62조4천억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육성 투자가 가시권에 들면서 반도체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련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인텔 등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삼성전자[005930]와 대만 TSMC 등도 보조금 등의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 중심의 반도체 육성 정책이 국제무역 분쟁, 과잉 생산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7일 업계와 무역협회, 코트라 등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시간) 미 하원을 통과한 '미국 경쟁법안'(America COMPETES Act)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증대를 목적으로 520억달러를 투입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제조업 및 공급망 강화를 위해 450억달러를 투입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앞서 미 상원은 지난해 6월 중국 견제 등의 목적으로 반도체 산업 육성에 520억달러를 투입하는 내용의 '미국혁신경쟁법안'(USICA·U.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을 가결한 바 있다.
이번에 미 하원을 통과한 미국경쟁법안은 상원으로 송부돼 미국혁신경쟁법안과의 협의 조정 과정을 거쳐 이르면 올해 1분기 중 최종 통과될 전망이다.
미국 상무부는 이미 법안 통과를 전제로 자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의 설립, 증설, 현대화를 추진하는 민간 또는 공공·민간 합작사업에 대해 보조금과 신용 공여를 하는 내용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업계의 의견을 듣고 있다.
그간 미국 반도체 기업인 인텔은 미국 정부 예산으로 조성된 반도체 지원금을 삼성이나 TSMC 등 외국 기업이 아닌 미국 기업에만 줘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삼성도 이번 법안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미국에 기반을 두지 않은 기업이라도 미국에서 반도체 관련 시설을 가동하고 있다면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최근 언급하기도 했다.
삼성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앞서 지난해 11월 미국 출장 당시 워싱턴D.C에서 백악관 고위 관계자와 미 의회 핵심 의원들을 만나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에 대한 미 연방정부 차원의 인센티브 지원에 관해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미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0조원)를 들여 파운드리 2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이는 삼성전자의 역대 미국 투자 중 최대 규모로, 2024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올해 상반기에 착공할 예정이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은 "삼성전자는 이미 테일러 지방정부로부터 1조원 규모의 재산세 감면 혜택을 약속받은 상태로, 법안이 확정되면 테일러 투자에 대한 추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렇게 되면 설비투자 비용을 아끼게 돼 재투자 여력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법안을 계기로 각국이 경쟁적인 반도체 육성 정책을 펴 국제 무역분쟁이나 과잉생산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트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싱크탱크 카토 연구소의 스콧 린시콤 무역정책 디렉터는 미국이 국내 반도체 산업을 위한 보조금(subsidy) 제도를 사용하면 유럽연합(EU), 중국, 한국 등이 앞다퉈 유사한 정책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각국이 상계관세 등 무역구제조치를 경쟁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반도체 산업이 80년대, 90년대 당시와 같이 보호무역주의의 진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대표적인 자본집약 산업인 반도체 업계에 정책적 투자가 몰리면 반드시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 하락 문제가 표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경쟁법안은 반도체 산업 지원뿐만 아니라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반덤핑·상계관세 등 무역구제제도 절차를 강화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중국 견제 목적의 무역구제제도 절차 강화 규정은 한국 기업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한국의 대미 투자 및 수출 기업들은 관련 법안 통과 때 활용할 수 있는 혜택과 기회를 살피는 동시에 대중국 견제 강화에 따른 직간접적 피해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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