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독 직접 잇는 새 가스관…서방에 안보우려로 부각
바이든 "러 침공 때 폐기"…숄츠, 원론 읊으며 얼버무리기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선 서방 진영의 전열에 균열이 엿보이고 있다.
러시아가 침공을 강행하면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하는데, 독일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신형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2'를 막는 문제를 두고 미국과 독일간 미묘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8일 CNN 등 언론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정상회담 후 노르트 스트림-2 처리 문제를 두고 한 발언 수위의 차이점에 주목했다.
노르트 스트림-2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우크라이나를 거치지 않고 직접 독일로 들여오는 1천200여㎞ 길이의 가스관이다.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시절부터 숙원사업으로 추진됐지만 독일 정부가 가스관 운영을 승인하지 않고 있어 현재 가동되지는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로이터통신 기자가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을 어떻게 할 것인지 묻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노르트 스트림-2는 더이상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숄츠 총리는 같은 질문에 "러시아에 맞서기 위해 단합된 행동을 보일 것"이라고만 하며 노르트 스트림-2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에 기자가 숄츠 총리에게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의 플러그를 뺄 수 있느냐"고 재차 콕 집어 물었지만 그는 다시 원론적인 답변만 하며 얼버무리는 모습을 보였다.
CNN은 이 장면에서 숄츠 총리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고 꼬집었다.
그는 뒤이어 CNN 등 언론 인터뷰에서도 가스관을 중단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언급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CNN은 이에 대해 "미국과 독일이 단합된 모습을 보이려 했지만 하나의 핵심 쟁점, 즉 노르트 스트림-2에 대해선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보도했다.
이에 독일은 러시아에 대한 천연가스 등 에너지 의존도가 높으며,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가할 때 추운 겨울 석유와 가스의 공급 중단을 각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CNN은 진단했다.
미국은 서둘러 러시아 대신 유럽에 에너지를 줄 수 있는 공급원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CNN은 결국 이날 양자회담은 미국이 원한 바대로 유사시 노르트 스트림-2가 막힐 것이라는 명확한 뜻을 러시아에 전달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 가스관에 대해선 우크라이나도 불만이 많다. 가스관은 우크라이나 영토를 지나지 않아 우크라이나에 요금도 내지 않는다.
이 때문인지 이날 예정됐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아날레나 베어복 독일 외무장관의 회담이 갑자기 취소됐다.
CNN은 회담이 취소된 표면적인 이유는 스케줄 문제이지만, 러시아 침공에도 노르트 스트림-2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는 독일의 태도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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