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로 인한 보수 수준 하락과 코로나 번아웃에 불만 누적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터키 의사들이 그간 여러 이유로 불만이 쌓여왔던 차에 고공행진하는 물가에 더는 참지 못하고 조국을 떠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터키의학협회(TMA)에 따르면 지난해 터키 의사 1천400명가량이 일을 그만두고 해외로 떠났다. 지난 10년간 고향을 떠난 터키 의사는 4천명을 훌쩍 넘는다.
이외 현지 의사 상당수가 해외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고 NYT가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터키 의사들에게 의학용 독일어를 가르치는 한 관계자는 관련 수요가 지난 2년간 2배로 뛰었다고 말했다.
졸업 후 터키를 떠나 독일로 간 한 20대 수련의는 "3년 전이었으면 보수가 공정하다고 말했겠으나 지금은 아니다"라며 "터키에서 의사들은 업무량과 위험성을 고려하면 노예 수준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도한 업무량 등에 시달리던 의사들이 최근 고물가와 저환율에 흔들리는 자국 경제에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플레이션으로 의사들의 연봉 수준이 대폭 내려가면서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 의사들이 외국행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터키는 만성적인 고물가에 시달려왔으나 최근 최저임금을 50% 인상하면서 가스·전기 등 각종 요금도 올려 물가 상승 압력이 더해졌다.
터키의 공식 통계 조사기관인 투르크스탯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는 작년 1월과 비교해 48.69% 상승했다.
그런데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저금리·저환율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저금리가 소비·투자 활성화로 이어지고 고금리는 고물가를 유발한다는 논리를 밀어붙이고 있다. 또 달러 대비 리라 가치가 하락하면 터키 수출에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중 통화량이 증가해 물가가 오르고 외국환 대비 자국 화폐의 가치는 하락한다.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해 9월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해 19%이던 기준금리를 14%로 떨어뜨렸다. 터키 리라화는 현재 1달러당 13.6리라 선에서 거래 중이다. 이는 1년 새 약 45% 하락한 것이다.
불렌트 킬리지 도쿠즈에일룰대 교수는 현지 의료인력 유출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누적된 문제가 낳은 결과"라며 "팬데믹 시국의 업무 과중이 마지막 한계점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터키에서는 팬데믹 시국에 의사들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며 불만족한 상황이었다고 NYT는 지적했다.
또 지난 2년간 터키에서는 의료진을 상대로 한 환자들의 폭행이 증가한 것도 업계에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TMA에 따르면 2020년 근무 도중 폭행을 당해 법적 절차까지 밟은 의료진은 1만3천여명에 달했다.
터키 정부도 이러한 인력 유출에 관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파레틴 코카 보건장관은 지난해 12월 "우리 의사들은 최고로 훈련됐고 부자 나라들은 이들을 주시하고 있다"며 의회에 의료 종사자들의 적절한 보수 수준을 고려해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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