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 "유럽, 가스공급 대체국 모색"
피치 "대러제재, 러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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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러시아의 위협이 계속되면 러시아가 경제적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국제에너지기구(IEA) 수장이 경고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현재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으로 유럽연합(EU) 에너지 시장이 흔들리면 유럽보다는 러시아에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말했다.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줄이면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가스에 거리를 두게 되면서 러시아 경제가 타격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은 현재 가스 수요의 40%가량을 러시아에서 수입해 충족하고 있다.
비롤 총장은 "만약 러시아가 유럽에 가스 공급을 중단하면 유럽 에너지에 막대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러시아가 그 결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급을 유지하지 못하면 믿을 수 있는 파트너로서 러시아의 평판은 흔들리게 되고 이는 구조적인 변화로도 이어진다"며 "유럽은 러시아에서 벗어나는 전략을 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롤 총장은 러시아가 지난해 4분기 수요 상승에도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전년도 동기간보다 25% 줄이면서 러시아가 정치적인 의도로 에너지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단순 우연이길 바란다"고 이날 다시 의혹을 제기했다.
비롤 총장은 다만 최악의 상황은 여전히 피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다고 했다.
그는 "대화가 이뤄졌으면 한다"며 "주요 지정학적 변화가 없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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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를 두고 러시아와 대치하는 서방은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하면 러시아를 제재하겠다고 대대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과 금융업에 불리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피치는 "기본 시나리오는 새로운 제재가 부정적인 신용등급 조치로 이어질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었지만 이 위험이 최근 몇주간 더 뚜렷해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서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트르스트림-2 가스관 사업 중단, 러시아 은행과 인사 제재 등을 언급하며 제재 발언 수위를 올리고 있다.
피치는 국가신용등급에 더 큰 영향을 주는 조치로는 러시아 은행·기업들의 달러 거래 또는 국제결제시스템 접근 차단 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 모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비해 논의해왔던 사안들이다.
피치는 은행권 신용도에 가장 크게 영향주는 것은 달러 거래금지 등 제재로 인해 대형 국유은행들이 외화 거래능력이 손상됐을 경우라고 전했다.
다른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현재 고려되는 대러제재 수위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 이후 적용됐던 것보다 수위가 강하다며 이로 인한 러시아의 거시경제적 영향은 더 심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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