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합동훈련 빙자해 벨라루스에 영구 주둔할 수도"

입력 2022-02-09 16:07   수정 2022-02-0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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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합동훈련 빙자해 벨라루스에 영구 주둔할 수도"
서방 외교관들 "나토 동쪽 면에서 새로운 위협될 듯"
군사중립·핵금지 포기 조항 담은 벨라루스 개헌안에도 촉각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러시아군이 벨라루스와 합동 훈련을 빙자해 이곳에서 영구 주둔을 꾀할 것이라는 우려가 서방 외교관들 사이에서 제기된다고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즈비그니에프 라우 폴란드 외무장관은 최근 워싱턴 방문 도중 FP와 한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벨라루스 내 군사력 증강은 불행히도 좀 더 영속적일 듯 싶다"며 "우리의 큰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10일부터 열흘 간 일정으로 우크라이나의 북쪽 벨라루스에서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한다. 러시아는 이를 위해 벨라루스에 병력 3만명과 함께 미사일 시스템 등 최첨단 무기를 배치했다.
서방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실제로 침공한다면 벨라루스를 전진 기지 삼아 파견 부대를 이용해 우크라이나 북쪽으로 공격해 올 수 있다고 관측하지만 연합훈련이 끝나면 병력을 철수하겠다는 게 러시아 측 입장이다.
하지만, 라우 외무장관을 비롯한 유럽 고위 관료들은 러시아 병력이 일단 벨라루스에 배치된 이상 러시아가 철수할 가능성이 없으며 설혹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더라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쪽 측면에 새로운 위협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벨라루스에 배치된 러시아군이 상시 주둔하면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불과 약 50㎞ 이내로 접근한다는 뜻이다.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리투아니아 수도와도 수백㎞ 더 가까워지게 된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의도가 없다고 주장하는 러시아는 이번 합동 훈련이 끝나면 되돌아가겠다고는 하지만 구체적인 시점은 제시하지 않아 서방의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러시아가 합동 훈련을 위해 벨라루스에 대공 방어시스템 S-400, Su-25 전투기, 이스칸데르 미사일 시스템 등 최첨단 무기를 배치한 것에도 서방은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미국을 방문한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무부 부장관은 7일 "이 같은 군사적 증강의 규모와 성격이라면 단순한 군사훈련으로 설명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이 거기에 얼마나 오래 머물지는 모르겠다. 확실히 이야기할 수 없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그들은 거기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우 외무장관은 이날 FP와의 인터뷰에서 벨라루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어떤 방식으로든 돕는다면 서방의 제재를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문제는 벨라루스가 이미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광범위한 제재를 받고 있는 터라 추가 제재가 벨라루스에 억지력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이라고 FP는 진단했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그동안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서 자국의 이익을 챙기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다 2020년 대선 승리 이후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야권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고 집권을 연장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의 지원을 받으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부쩍 밀접해졌다.
게다가 벨라루스는 2035년까지 루카센코 대통령이 장기집권할 수 있도록 이달 헌법개정 국민투표를 하는데 이 개정안에는 벨라루스의 군사 중립과 핵무기 보유 금지 조항을 삭제하는 항목도 포함돼 서방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나토의 목전에 러시아가 핵미사일을 배치하는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미 국무부의 한 관리는 최근 이와 관련 "헌법 개정안은 러시아의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의 자국 영토 배치를 허용하려는 벨라루스의 계획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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