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준 서울대 명예교수, 11일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기조연설
(세종=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정치권이 대선을 앞두고 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고 경제학계 원로가 비판했다.
10일 한국국제경제학회에 따르면 김인준 서울대 명예교수는 오는 11일 열리는 '2022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제2전체회의에서 '한국경제 위기인가, 기회인가'를 주제로 이런 내용의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한국경제학회 회장,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등을 지낸 경제학계 원로다. 특히 경제위기 전문가로 꼽힌다.
김 교수는 기조연설문에서 "대선 정국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정치권이 재정 제약이 없는 것처럼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며 "어떤 의미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명제 아래 포퓰리즘과 팬덤 정치가 성행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원과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은 손실보상, 선별과 보편 동시 재난지원금 지급, 기업 간 이익 공유제 등 포퓰리즘 정책이 난무하고 있다"며 "이런 공약이 실천된다면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우리 경제에 어떤 충격을 주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또 "포퓰리즘 정책의 또 다른 문제는 어느 한쪽이 선심성 정책을 들고나오면 다른 한쪽은 더욱더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면서 단기적 인기 정책으로 인해 커다란 장기적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향후 선심성 정책으로 부채 비율이 치솟으면) 국제금융시장이 한국의 국가부채를 어떻게 평가할지 냉정히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유사시 국가신인도가 크게 의심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정부 정책에 순응해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 교수는 "한국 경제는 부의 양극화, 민간과 정부의 부채 급증, 금융 불안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을 안고 있고 저출산 고령화 대응과 산업·노동 분야의 구조개혁 등 개혁 과제도 있다"며 "위기 극복에 대한 국민적 합의 없이 포퓰리즘 정책이 현실화하면 우리 경제는 앞으로 빠른 속도로 악화하거나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은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국가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부조차 부채 관리에 대한 장기적 청사진을 내놓고 있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며 "지금부터라도 관리재정수지 위주로 재정 건전성 유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지금은 국민연금 수입이 지출보다 커서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관리재정수지 적자보다 적지만 2050년대 후반에 들어가면 연금 고갈이 예상되고 이를 막기 위해 연금 개혁도 필요한 실정"이라며 "정부는 아직도 통합재정수지 수치를 내세우면서 재정에 커다란 여유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는 2025년까지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4.7%에서 유지한다는 계획"이라며 "이는 재정수지 적자 축소 계획을 세우고 있는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과 차이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부 지출을 줄이고 세입을 늘리는 방안을 찾는 한편 국민연금도 보험료를 올리고 수급 시기를 늦추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며 "지금 제도가 그대로 유지되면 30년 후에는 연금이 고갈되고 지금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는 연금을 납입하고 혜택은 받지 못하는 세대로 남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민순자산 비율,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 자가주거비 등에 미뤄볼 때 시장이 과열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 중산층이 붕괴하고 계층 간 이동이 봉쇄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부동산 시장 거품이 붕괴하는 과정에서 금융·경제위기가 일어날 가능성도 커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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