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진흥회 정관' 철회…낙농가 단체 측 불참해도 개의 가능
용도별 차등가격제 추진…"농정 독재" 반발, 원유납품 거부 예고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농림축산식품부가 원유(原乳) 가격을 결정하는 낙농진흥회 이사회의 개의 조건이 규정된 정관의 인가를 철회하는 행정처분을 했다.
이에 따라 생산자(낙농가) 측 대표가 이사회에 불참해도 정부가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골자로 한 낙농제도 개편안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낙농가 단체들은 "정부가 낙농가 입에 재갈을 물리고 기형적인 제도의 도입을 강행하려고 한다"며 거세게 반발하는 등 정부와 생산자 단체 간 갈등이 점점 격화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8일 낙농진흥회 정관 제31조의 인가를 철회하는 행정처분을 했다고 9일 밝혔다. 이 처분은 이날부터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
해당 정관은 이사회 3분의 2가 출석해야 개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낙농진흥회 이사회 총 15명 중 7명이 생산자 측 대표로, 이들이 불참하면 논의를 시작할 수 없는 구조다.
이 규정이 무효가 된 만큼 향후 농식품부가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소집하면 생산자 측의 참여 없이도 개의가 가능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앞으로는 민법에 따라 과반이 참석하면 개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낙농가 단체인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이에 "농정 독재"라고 반발하며 오는 16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협회 측은 "청와대에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 파면과 낙농회생 대책 마련을 요구할 것"이라며 "김 장관 파면, 정부 대책 폐기, 사룟값 폭등 대책 수립 등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원유 납품 거부 등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낙농제도 개편 방안을 둘러싼 정부와 낙농가 단체의 대치 국면은 수개월째 이어져 왔다.
정부는 원윳값이 생산비 등락에만 좌우되는 현행 체계가 우윳값을 계속 끌어올린다고 보고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구분하고 음용유값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가공유값은 더 싸게 책정하는 제도다. 원유 가격 결정 체계에 시장 수요를 반영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낙농가 단체는 농가 소득 감소가 우려된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그간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열어 제도 개편안을 논의하려 했지만 생산자 측 대표들의 불참으로 줄곧 무산됐다.
개의 조건에 관한 낙농진흥회 정관이 효력을 잃은 만큼 정부가 조만간 이사회를 다시 소집할 것으로 보인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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