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기 국채금리, 3년 9개월 만에 연 2.3% 돌파
(세종=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면서 국채 가치가 떨어지면 은행이 연쇄적으로 부도 위험을 맞을 수 있다는 국책연구원의 분석이 나왔다.
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논문 '재정건전성이 금융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29개 선진국 은행을 대상으로 실증분석을 수행한 결과, 국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1% 상승하면 은행채 CDS 프리미엄이 약 0.4%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9일 분석했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보험 성격의 금융파생상품으로, 부도 위험을 반영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즉 국채 CDS 프리미엄으로 측정한 국가 부도 위험이 커질수록 은행채 CDS 프리미엄으로 측정한 은행 부도 위험도 함께 커진다는 의미다.
황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은행은 2020년 기준 전체 국고채 총 잔액의 약 40%를 보유하고 있으며, 은행권 총자산 중에서 국고채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10% 수준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0∼2014년 유럽 재정·금융위기 당시 피해가 컸던 그리스·스페인·아일랜드·이탈리아·포르투갈의 은행권 총자산 중 국채 비율이 2010년 당시 약 8∼9%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은행권의 국채 익스포저는 상당히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은 국채의 주요 투자자이기 때문에 재정건전성의 약화에 따른 국채가치 하락의 피해를 가장 크게 받는다"며 "은행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상당한 규모를 차지하는 국채의 가치가 하락하면 은행의 자산 건전성이 악화하면서 금융 불안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와 같이 기축통화를 보유하지 않은 나라일수록, 재정 수입과 비교해 은행권의 규모가 큰 나라일수록, 민간 신용이 많고 빠르게 확대되는 나라일수록 국가부도 위험이 증가하면 은행 부도 위험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황 연구위원은 "최근 우리나라의 국채 CDS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당장 국가부도 위험을 걱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이 약화하며 연쇄적으로 금융 건전성도 약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제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실제로 최근 국채시장은 국채 금리 급등(채권값 하락)으로 연일 불안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6.6bp(1bp=0.01%포인트) 오른 연 2.303%에 장을 마치며 약 3년 9개월 만에 연 2.3%를 넘어섰다.
정치권이 추가경정예산(추경) 증액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적자국채 물량 증가에 대한 부담이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mskwa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