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국정연설서 반부패 강화 다짐…"작년 7월 폭동때 정부 무능 인정"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신년 국정연설(SONA)에서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지급됐던 사회적 재난 완화 기금을 내년 3월 말까지 1년 더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또 반부패 작업을 더 강화하는 한편 최근 전문가 보고서에서 지난해 7월 폭동과 약탈·방화 사태 당시 보안기구를 비롯한 정부가 무능했다고 지적한 데 대해 "내각의 책임을 시인한다"고 말했다.
이날 SONA는 남아공이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를 끝장내고 흑인 민주정권이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케이프타운 시청에서 열렸다. 앞서 지난 1월 초 입법수도 케이프타운에 있는 국회 의사당 건물이 방화로 추정되는 불로 소실돼 케이프타운 시청이 대체 장소를 제공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다달이 지급하는 350랜드(약 2만7천700원)의 사회적 재난 완화 기금은 2020년 도입돼 그동안 1천만 명의 실업자를 비롯해 매달 1천800만 명에게 혜택을 주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민간 기업 투자와 고용 활성화를 위한 환경 조성에 힘쓰겠지만 그동안 시간이 걸리는 만큼 실직과 배고픔에 내몰린 사람들을 보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기본소득제 도입에 관한 논란이 있는 것과 관련, 이 같은 코로나 복지 기금을 대체할 수단에 대해 정부 재정 건전성과 기존 복지서비스와 상충 가능성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팬데믹 기간 각종 방역 규제 도입의 근거가 된 국가재난사태 선포령과 관련, 보완 조치를 마련하는 대로 곧 해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임 제이콥 주마 정권 당시 국정농단 비리와 관련해 사법조사위원회에서 연이어 보고서를 발간한 것과 관련해서도 오는 6월 말까지 정부가 검찰의 추가 수사 등 구체적 대처 방안을 내놓겠다고 재확인했다.
아울러 내부고발자 강화를 위한 법안 등을 도입하고 비리 연루자는 개인이든 회사든 책임을 물으며 검찰 수사 역량을 더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국정농단과 부패사건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법정도 설치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작년 폭동 사태 당시 경찰과 첩보기관 등의 초기 대응이 부실하고 전반적으로 내각이 무능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폭동의 근본원인은 불평등과 빈곤심화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보안기구 지도부를 교체하고 경찰 1만2천 명을 새로 채용해 특수 다목적 부대를 설치함으로써 사보타주(의도적 파괴행위)와 반달리즘(공공기물 훼손)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와 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사법처리가 정체되지 않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그는 말했다.
이날 1시간 50분간 진행된 연설의 상당 시간은 경제 재건을 위한 인프라스트럭처(사회기반시설) 건설, 물과 전기 같은 기본 서비스 제공 등 정부의 이니셔티브와 기업과 노동계를 포함하는 사회적 협약 추진에 할애됐다.
그는 전자(e)비자가 이미 중국 등 14개국을 대상으로 출범했다면서 남아공 경제 회복에 필요한 전문기술직에도 비자 발급을 확대할 것임을 시사했다.
SONA는 대통령제와 내각제가 가미된 독특한 의회 연례행사로 사전에 예포 21발 발사, 공군기 비행, 군악대 연주 등 축하 행사가 열렸다. 상·하원, 사법부 대표들이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참석한 가운데 생중계로 진행됐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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