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군, 또 곳곳서 시민들 사살…"현장 발포권 부여 의혹"

입력 2022-02-11 15:33   수정 2022-02-11 15:53

미얀마군, 또 곳곳서 시민들 사살…"현장 발포권 부여 의혹"
검문 도중 휴대폰 뒤지다 NUG 검색 흔적에 현장 사살
반군부 구호 현수막 걸던 청년에도 총격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미얀마군이 최근 최대 도시 양곤 안팎에서 비무장 민간인들을 사살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시민들이 다시 공포에 휩싸였다.
전투지역이 아닌 곳에서 군인들의 총격이 이어지면서 군부가 일반 병사들에게도 발포권을 부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고개를 들고 있다.
11일 미얀마 현지 언론과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9일 오전 양곤 북다곤구 보 바 투 아파트 단지 앞 도로에서 길 가던 20대 남성이 군 차량에서 날아온 총탄에 맞고 숨졌다.



현장의 한 목격자는 숨진 까웅 텟 빠잉(27)이 신호 대기 중이던 군 차량을 향해 손을 들고 말을 하는 순간 총격이 가해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목격자는 그러면서 "무고한 시민을 향해 마구 총질을 해 사람을 죽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 청년은 군부 쿠데타로 인해 직장을 잃고 1년 가까이 직업 없이 지내왔으며 가족들은 아직 그의 시신을 넘겨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6일 낮에도 양곤 시내 레단 오거리 위 고가도로에서 "군부독재 반대"라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걸고 있던 청년 4명을 향해 미얀마군이 총기를 난사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전 버마학생연합동맹(ABSU) 소속의 이들 청년은 미얀마군이 접근하자 황급히 달아났으나 이 중 1명은 총에 맞아 중상을 입은 채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청년은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나 위중한 상태라고 병원 측은 전했다.
지난 5일에도 양곤 외곽 바고 지역의 죠삥가욱구에서 동료 청첩장을 돌리던 한 청년이 군인들의 검문을 받던 중 총격을 받고 숨졌다.
주변에 있다가 도망친 그의 동료는 군인들이 휴대전화를 뒤지다 SNS상에 국민통합정부(NUG) 페이지 검색 기록이 나오자 현장에서 사살했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군부가 일반 병사들에게 발포권을 부여한 것 같다"며 "무장 저항세력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무고한 시민들을 가리지 않고 사살하려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미얀마 군부는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압승으로 끝난 2020년 11월 총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2월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후 반군부 시위에 대한 무차별적인 유혈 진압과 고문 등을 자행해 지금까지 여성과 어린이 등 1천500명이 넘는 시민들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134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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