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LG엔솔 2.5조원 순매수…대신 삼전·LG화학 팔았다

입력 2022-02-13 06:13  

연기금, LG엔솔 2.5조원 순매수…대신 삼전·LG화학 팔았다
LG엔솔 상장일부터 연일 매수…다른 대형주 매도해 '곳간' 비워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증시 '큰 손' 연기금이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일부터 2조5천억원 이상 사들였다. 대신 삼성전자[005930], LG화학[051910], 카카오[035720] 등 대형주를 작년 연말부터 대거 팔아치웠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주축인 투자 주체 '연기금 등'은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1일까지 9거래일간 이 종목을 2조5천141억원 순매수했다.
이는 같은 기간 연기금의 코스피 전체 순매수 금액 1조5천459억원을 약 1조원 웃도는 규모다. 즉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면 코스피 매도 우위였다는 뜻이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수급 쏠림 현상이 심했다. 이 기간 연기금이 순매수 2위 종목인 카카오페이를 순매수한 금액은 735억원으로 LG에너지솔루션을 사들인 금액의 2.9%에 그쳤다.
연기금이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일에 순매수한 금액만 2조1천85억원에 달했다. 상장일부터 8거래일 연속 매수 우위를 유지했으며, 지난 11일에 90억원을 순매도하며 9거래일 만에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기업공개(IPO) 역대 최대어인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일에 공모가 30만원보다 68.33% 높은 50만5천원에 마감하며 단숨에 코스피 시가총액 2위에 올랐다.
주가는 이후 40만∼50만원대에서 큰 폭의 등락을 거듭해 최근 거래일인 11일에는 48만2천원으로 마감했다.
현재까지 순매수 금액에서 수량(483만3천793주)을 나눠 추산한 연기금의 LG에너지솔루션 평균 매수 단가는 52만112원이다. 당장은 7%가량 손실권인 셈이다.

반면 연기금은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전후로 코스피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매도하며 '곳간'을 덜어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증권신고서를 내며 상장 절차를 본격화한 작년 12월 7일부터 이달 11일까지 2개월여간 연기금은 삼성전자를 1조2천41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또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 LG화학(4천159억원)을 비롯해 카카오(3천136억원), SK하이닉스[000660](2천992억원), 네이버(2천227억원) 등도 2천억원 이상 매도 우위를 보였다.
연기금이 두 달여간 이들 대형주 5개를 순매도한 금액을 합산하면 2조4천928억원으로 지금까지 LG에너지솔루션 순매수 금액에 육박한다.
이 같은 포트폴리오 조정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국내 주식 운용에 벤치마크(기준 수익률)로 삼는 코스피200 지수 내 비중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시가총액 100조원을 넘는 초대형주인 LG에너지솔루션을 담으려면 기존 포트폴리오에서 다른 코스피 대형주를 팔 수밖에 없다.
코스피200은 신규 상장 종목의 15거래일 일평균 시가총액이 코스피 50위 이내면 조기 편입이 가능해 LG에너지솔루션의 조기 편입이 유력하다.
허율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코스피를 벤치마크로 하는 투자주체들은 LG에너지솔루션을 매수하기 위한 현금 확보를 위해 보유 중인 종목을 매도했다"며 "이에 특히 상장일에 코스피 주요 종목 주가는 상당 폭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연기금의 대형 공모주 매수 행진은 지난해 크래프톤[259960], 카카오뱅크[323410], 카카오페이,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SKIET) 등의 상장 초기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에 지난해 연기금의 순매수 1위 종목 역시 크래프톤(1조1천782억원)이었다. 연기금은 크래프톤 상장일부터 10월 27일까지 무려 51거래일간 매수 우위를 유지했다.
ric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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