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활용한다는 느낌 강해"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김진방 특파원 = 베이징 동계올림픽 한복 논란과 쇼트트랙 편파 판정 논란을 계기로 불붙은 국내 반중 감정이 심상치 않다.
베이징에 주재하는 외국 언론 기자들은 한국의 반중 감정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지, 중국이 이번 올림픽을 통해 '애국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일각의 목소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일본 매체 기자는 11일 한복 논란에 대해 "처음에는 한국이 지나치게 반응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면서도 "하지만 한국에는 오래전부터 반중 감정이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개최국인 중국이 한국을 배려해야 했다"며 "일본은 중국과 문화적인 갈등은 없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양국의 문화적인 부분도 꼼꼼히 챙겨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쇼트트랙 편파 판정 논란에 대해서는 "어느 경기나 홈 어드밴티지가 있고, 그 정도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에) 너무 불리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아시아권의 또 다른 기자는 "주최국을 두둔하는 판정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경기에 존재한다"며 "이 문제가 국가 간 갈등으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복과 쇼트트랙 문제에서 보듯 중국과 한국은 항상 긴장 관계"라며 "올해가 한중 수교 30주년이라고 하지만, 이러한 민간의 정서가 단기간에 해소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심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러시아 매체 기자는 "해당 경기의 최고 전문가들이 심사숙고해 내린 결정"이라며 "편파적인 판단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 기자들은 동계올림픽의 가장 큰 특징으로 '엄격한 방역'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중국은 선수단과 취재진 등 올림픽 참여자들을 베이징 시민과 완전히 분리하는 '폐쇄루프'식 방역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경기장, 선수촌, 훈련장을 마치 거대한 거품을 덮어씌운 것처럼 외부와 접촉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폐쇄루프에 들어간 선수나 코치진, 자원봉사자는 외부와 접촉이 철저히 차단되며, 외부에서도 폐쇄루프로 진입이 엄격히 통제된다.
이 때문에 베이징 상주 외신기자들은 경기 현장을 취재할 수 없고, 당국의 승인을 받아 경기장 밖에서만 취재할 수 있다.
아시아 국가에서 온 한 기자는 "개회식을 비롯한 일부 행사를 취재하면서 중국이 얼마나 엄격한 정책을 운영하는지 실감했다"며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만큼 중국은 방역 정책을 매우 강력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매체 기자는 "엄격한 관리로 폐쇄루프 내에서 감염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며 "중국이 최선을 다해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운영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엄격한 방역 정책으로 올림픽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본 매체 기자는 "방역 정책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올림픽을 하는 것 같다"며 "올림픽 시작 전부터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으로 시끄럽더니 마지막 성화 봉송 주자로 신장(新疆) 출신 선수를 내세우면서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활용한다는 느낌이 강하다"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 등이 신장 인권 문제로 올림픽 외교 보이콧을 선언하자 중국이 의도적으로 신장 출신 선수를 내세워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중국은 신장 출신 선수뿐만 아니라 국경 충돌로 부상한 군인을 성화 봉송 주자로 내세웠고, 관영 매체는 연일 미국에서 귀화해 금메달을 목에 건 구아이링(谷愛凌)을 국민 영웅으로 치켜세우며 '정치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또 다른 베이징 상주 외신 기자는 "중국이 정치적 의제와 스포츠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면서도 "중국이 정치적인 문제를 강조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올림픽 모든 과정에서 정치적 의제에 응답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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