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체제 반년] ② 외교·국방 등 정상국가 바라지만…앞길 험난

입력 2022-02-12 07:00   수정 2022-02-12 12:46

[탈레반 체제 반년] ② 외교·국방 등 정상국가 바라지만…앞길 험난
외교무대 진출·대사관 일부 복귀…정규군 창설도 추진
투자 구애도 나서…국제사회는 정부 인정에 소극적·관심도 줄어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지난 1월 22일 노르웨이 수도 가르데르모엔 국제공항에는 탈레반 대표단이 탑승한 항공기가 내려앉았다.
대표단은 아미르 칸 무타키 외무부 장관 대행이 이끌었다.
대표단에는 탈레반 분파 중에서 극단주의 경향이 가장 강한 하카니 네트워크의 수장 아나스 하카니도 포함됐다.
노르웨이 정부의 초청으로 도착한 이들은 26일까지 머물며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서구권 국가와 연쇄 회담을 했다.
탈레반이 지난해 8월 아프간을 장악한 이래 서방 국가를 공식 방문한 것은 처음이었다.
무타키 장관 대행은 이런 기회를 얻게 된 것 자체가 성과라면서 "이번 방문은 우리를 세계에 더 가깝게 이끌게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테러리스트 집단으로 지목받으며 쫓겨 다녔던 탈레반이 국제사회에서 본격적으로 '외교'를 시작한 것이다.
탈레반 체제가 들어서자 수도 카불을 떠났던 각국 공관도 조금씩 복귀하고 있다.
특히 서방에서는 유럽연합(EU)이 올해 들어 카불에서 외교 업무를 재개했다.
EU는 이 조치에 대해 "구호품 전달과 인도주의적 상황 모니터링을 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탈레반은 EU가 카불에 영구적으로 머물며 실질적으로 업무를 할 것이라며 의미 부여를 했다.
현재 카불에서는 중국, 러시아, 파키스탄, 이란, 투르크메니스탄 등도 대사관을 운영 중이다.
이와 함께 탈레반은 지난해 말 카타르 도하에서도 미국, EU, 일본, 한국 등과 몇 차례 접촉하며 경제난, 인권 문제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탈레반이 이처럼 국제무대 진출에 힘을 기울이는 것은 무엇보다 경제 상황이 어렵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제사회에서 정상적인 국가로 인정받아야 본격적인 원조, 송금, 동결된 해외 보유자산 해제 등을 통한 경제난 타개가 가능하다고 탈레반은 보고 있다.

탈레반은 내치에도 나름대로 힘을 기울이는 중이다.
지난해 9월 과도 내각을 구성해 체제를 정비해온 탈레반은 조만간 정식 정부를 출범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정규군 창설도 추진 중이다.
카리 파시후딘 참모총장은 지난달 초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 15만명으로 구성된 군대 창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남부 칸다하르와 카불에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열고 군사력도 과시했다.
특히 카불 군사 퍼레이드에서는 미국산 M117 장갑차 수십 대가 행진하는 가운데 MI-17 헬기가 상공에서 비행하기도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프간에는 81대의 항공기가 남아 있는 상태다.
탈레반이 이처럼 외교, 국방 등에서 국가 재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앞날은 여전히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우선 국제사회는 구호와는 별개로 탈레반 정부를 정식으로 인정하는 데에는 아직 소극적이다.
각국은 탈레반이 그간 내건 약속에 대한 준수 상황을 지켜보며 외교 관계 수립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외교 관계자는 "국제사회 대부분은 탈레반 정부가 국제사회 규범 준수, 인권 존중, 테러리즘 부상 방지 등을 이행해야 관계 재설정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프간은 해외 원조와 마약 생산 등에 의존하며 버텨왔던 나라라 정상적으로 국가 재정을 확충할 길이 마땅치 않은 점도 탈레반에는 큰 부담이다.
이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 부총리 대행은 최근 아프간 내 투자를 위한 안전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직접 '투자 구애'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아프간에 대한 각국의 투자는 한동안 쉽사리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관료, 의사, 기술자, 교수 등 고급 인력 상당수가 해외로 탈출했다는 점도 국가 운영 노하우가 없는 현 탈레반 지도부에는 악재다. 경제 활동에 나서야 할 인력 상당수도 난민으로 국내외를 떠도는 실정이다.
아프간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점도 탈레반 정부가 풀어야할 숙제다.
일단 탈레반 정부는 경제 회생을 위해 광물 개발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에는 철, 구리, 금, 희토류, 리튬 등 1조 달러∼3조 달러 규모의 광물이 매장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중국 등이 이런 광물 자원 개발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탈레반 정부는 지난해 8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아프간에는 리튬 등 손대지 않은 광물자원이 풍부하다"며 "한국은 전자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로 아프간과 함께 서로의 이익을 위해 협력해 나갈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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