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 안보 희생해 자국 안보 추구 안돼"…친서방 우크라 겨냥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유럽 대륙의 '안보불가분성 원칙'에 대한 미국과 유럽연합(EU) 국가들의 개별적 답변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안보 불가분성의 원칙은 다른 국가의 안보를 희생해서 자국의 안보를 추구해선 안 된다는 원칙이다.
러시아는 친서방 노선을 걷는 우크라이나가 나토를 끌어들여 자국 안보를 추구하는 것이 러시아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면서, 이는 안보불가분성 원칙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러시아는 유럽 안보불가분성 원칙에 관한 각국의 개별 입장 설명 요청에 서방이 단체로 답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집단책임제(collective responsibility)를 연상시키는 집단 답변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우리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개별국들의 상세한 반응을 기다린다"고 압박했다.
그는 "이 원칙(안보불가분성 원칙)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기본문서들에 명시돼 있다"면서 "논의할 여지가 없고 단지 해당 합의를 조건없이 충분하게 이행하기만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계속해 안보불가분성 원칙 준수를 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 1일 자체 웹사이트에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명의로 지난달 28일 미국, 캐나다, 유럽국가 등에 보낸 안보 불가분성 원칙에 관한 외교 서한 전문을 공개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서한에서 "러시아가 자국 서부 접경 지역(우크라이나 접경 지역) 군사·정치적 긴장 고조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면서 "러시아는 추가적 긴장 고조를 막기 위해 지난달 15일 '미·러 간 안전보장 조약'과 '러시아와 나토 회원국 간 안전보장 조치에 관한 협정' 등 2가지 서로 연관된 국제법적 문서 초안들을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지난달 26일 받은 우리의 제안에 대한 미국과 나토의 답변은 유럽안보 체제 전반에 대한 기본적 원칙인 '평등하고 불가분적인 안보 원칙'에 관한 본질적 이견을 보여줬다"면서 "향후 대화 전망에서 결정적인 이 문제를 즉각적으로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서한을 보낸 이유를 댔다.
그는 "1999년 이스탄불 OSCE 정상회의에서 체결된 유럽안보헌장에는 안보 불가분성에 관한 기구 참여국들의 주요 권리와 의무가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헌장에는 안전보장 확보 수단의 자유로운 선택과 변경에 관한 각국의 권리와 함께, 다른 국가들의 안보를 희생해서 자국의 안보를 강화하려 해선 안 된다는 의무가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그러면서 "우리는 (서방) 파트너들이 다른 나라들의 안보를 희생해서 자국 안보를 강화하지 않는다는 의무를 어떻게 이해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답을 받고 싶다"면서 구체적으로 개별국 정부가 이 의무를 현대적 상황에서 어떻게 이행하려 하는지에 대한 답을 받고 싶다고 주문했다.
그는 EU나 나토 동맹이 아니라 개별 국가들이 각각 이 서한에 대한 답변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러시아의 이 같은 요청에 대해 EU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지난 9일 27개 회원국을 대표해 라브로프 장관 앞으로 답변을 보냈다고 확인했다.
보렐 고위대표는 그러면서 OSCE와 나토·러시아 위원회(NRC) 등에서 유럽 안보 확보 방안에 대해 새로운 논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보렐 고위대표가 EU 회원국을 대표해 서한을 보낸 것은 러시아가 EU 회원국들에 개별적인 답변을 요청한 것을 EU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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