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 재개 시사에 우려 표명…"위기 회귀 아무도 안 원해"
"한미일 장관회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 방안 협의 희망"
(호놀룰루=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11일(현지시간) 북한이 잇딴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며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유예) 해제를 시사한 데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대화에 나설 것을 거듭 촉구했다.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참석을 위해 하와이 호놀룰루를 방문한 정 장관은 이날 하와이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최근 3년간 유지해 온 모라토리엄에 대해 최근 파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우리 정부로서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정부로서는 북한이 이러한 파기 가능성 언급 내용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대화에 나와서 자신들이 요구할 내용이 있으면 구체적으로 미국이나 우리에게 (요구)할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이 그렇게 할 것을 다시 한 번 강하게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또 "한반도 문제에 있어 현상유지는 선택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계속 발전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한반도 안보 상황은 더 나빠진다"면서 "그것이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 전세계까지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한다. 현상유지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이어 "뭔가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 (북미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그런 진전이 없어서 상당히 아쉽게 생각한다"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후퇴라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그것은 2017년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것이고, (현)정부 출범 당시 일촉즉발의 위기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무도 희망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8년 초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이후 우리가 해 온 노력들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남북정상회담이 여러 차례 개최됐고, 북미 회담도 개최됐다"며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이런 대화 체제로 복귀할 수 있게 돼 있기 때문에 그것만 해도 상당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2019년 9월 19일 체결된 남북군사합의도 거론, "한반도 긴장 완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아직도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다"며 "이것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안정적인 진전의 토대가 돼 왔다"고 자평했다.
북한의 연쇄 미사일 발사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담과 관련해선 "이번 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조금이라도 진전시킬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협의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추가 대북 관여 정책을 내놓을지 여부에 대해선 "미국도 다양한 구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다만 북한이 워낙 소극적으로 나오는 것으로 보여왔기 때문에, 우리 생각에는 조금 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미국에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한국 정부가 추진중인 종전선언과 관련해선 "종전선언 문안은 사실상 (한미) 양쪽이 합의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연합뉴스 및 세계 7대 통신사와 합동으로 진행한 서면 인터뷰를 재확인하며 "우리 정부로서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쉽지 않겠다고 판단한다"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그러나 종전선언은 한반도 평화 구축 과정에서 꼭 거쳐야 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계속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가 최대한 노력하고 다음 정부에서 바로 실현할 수 있도록 준비하려 한다"며 거듭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한미간에 종전선언 시기 등에 대해 이견이 있거나 그런 것은 없었다. 전반적인 것에 대해 상당한 의견접근이 있었다"며 "미국도 처음부터 종전선언에 대해 불편한 생각을 안 갖고 있는 것 같고, 지난 2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 상당히 방해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요구하는 대북 제재 완화와 관련해선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지금 체제에서도 가능하다"면서, 대북 백신 지원의 경우 "우리 정부에서도 검토는 하고 있지만, 북한이 받을 준비가 돼 있는지는 별개 문제"라는 입장을 확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날 주한미국대사에 오바마 행정부 시절 대북제재를 담당했던 필립 골드버그 주콜롬비아 대사를 지명한 것에 대해선 "과거 직책상 대북 제재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 직책에 충실했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륜이 있는 외교관이기 때문에 우리가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인준이 빨리 끝나서 조기에 한국에 부임하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 장관은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과 첫 정식 양자회담 개최 여부와 관련해선 "두고 보자"며 "아직은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게 없다"고만 답했다.
두 장관간 회담이 성사되면 한국 정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용 현장인 사도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을 강행하기로 나선 이후 처음으로 양국 고위당국자가 대면하는 자리가 된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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