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제 강점기에 동원됐던 조선인들이 대거 희생된 조세이(長生)탄광 참사 80주년 추도식이 12일 엄수됐다.
희생자 유해 수습 운동을 벌이는 현지 주민들로 구성된 시민단체 '조세이탄광 물비상(水非常·수몰사고)을 역사에 새기는 모임'(이하 모임)은 이날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 조세이탄광 터 근처에서 약 150명이 참석한 가운데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를 열었다.
조세이 탄광 참사는 1942년 2월 3일 우베시 해안에서 약 1㎞ 떨어진 해저 지하 갱도에서 발생했다.
갱도 누수로 시작된 이 수몰사고로 조선인 136명과 일본인 47명 등 모두 183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희생자 수습과 사고 경위를 둘러싼 진상 규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코로나19 때문에 이날 행사에 직접 참석하지 못한 양현 한국유족회 회장은 대독된 추도사를 통해 "고향을 떠나 희생된 영혼들이 지금도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유골을 수습해 고향으로 돌려보내라고 일본 정부에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2013년 건립된 추도비 앞에서 희생자의 명복을 비는 묵도(默禱)를 한 뒤 이 사고의 상징물로 남아 있는 2개의 해저 탄광 배기용 콘크리트 구조물을 향해 헌화했다.
우베시 거주 고교 2년생인 시나가와 유리아(品川百合愛·17) 양은 "우리 고장의 역사인데 지금까지 몰랐다"며 조세이탄광 사고가 역사에서 잊히지 않도록 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이날 추도식을 마련한 이노우에 요코(井上洋子·71) 모임 공동대표는 "유골 수습과 반환은 희생자들의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면서 "한국 유족들과의 교류도 계속해 시민들의 힘으로 (일본) 정부와 교섭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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