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구원 보고서…소상공인 금융지원 등에 부실 가려져 있어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국내 은행의 위기 대응 능력이 수치상으론 높아졌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부족할 수 있다면서 특별대손충당금 적립을 유도하는 등 당국이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순호 연구위원은 13일 '코로나19 감염병 지속 상황에서 국내 은행의 손실흡수 능력 제고를 위한 정책 방향'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실 채권에 대비한 국내 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코로나19 확산 직후인 2020년 3월 말 110.6%에서 지난해 9월 말 156.7%로 높아졌다.
대손충당금은 회수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채권의 손실에 대비하기 위해 쌓아두는 것이다.
현행 금융상품 회계기준(IFRS9)에 따라 산출한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실제 발생 가능한 손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이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정부가 소상공인들에게 만기 연장, 원리금 상환유예 등을 지원해 부실채권이 대폭 줄어든 것처럼 보이고 이로 인해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또 총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2020년 말까지는 0.85% 수준을 유지하다 2021년 말에는 0.80%로 오히려 떨어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이 전체 대출의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19가 이른 시일 내에 종식되지 못하면 소상공인 등의 영업 환경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은 작다"라며 "부실채권을 기준으로 산출된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은행의 손실흡수 능력에 대한 오인을 유도하는 지표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현재는 IFRS9 기준에 따라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높게 산출돼 은행이 실제로 충당금을 더 쌓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보니 금융당국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연구위원은 먼저 코로나19 상황에서는 과거부터 사용되던 예상 손실 추정 방법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당국이 인식하고, 은행의 손실흡수 능력을 재점검한 뒤 평가 방법을 개선 또는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의 특별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 적립 등을 유도하는 정책 수단을 마련하도록 근거를 명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을 경기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해 은행의 자율성을 높이면서 추가 적립을 유도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ku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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