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관용 없으면 공동의 길 불가능"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처음으로 유럽연합(EU) 탈퇴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독일 dpa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오르반 총리는 이날 부다페스트에서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한 국정연설에서 EU가 법치주의라는 구호 아래 '성전, 지하드'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EU에 헝가리에 대한 '관용'을 요구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공동의 길'을 계속 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오르반 총리의 발언은 유럽사법재판소(ECJ)의 새로운 EU 법치주의 메커니즘에 대한 판결을 며칠 앞두고 나왔다.
이 매커니즘은 EU 회원국에서 민주주의와 법치 등 유럽의 가치에 대한 '조직적인 위협'이 발생할 때 대처하는 절차로, 이를 위반하는 국가는 EU 지원 예산이 삭감될 수 있다.
헝가리와 폴란드는 이 규정의 합법성에 대해 ECJ에 판결을 구했고, ECJ는 오는 16일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EU 기구들과 인권 단체들은 오르반 총리가 민주주의와 법치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극우 성향의 오르반 총리는 2010년 집권 후 EU의 요구가 헝가리의 주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EU와 충돌해왔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도 "그들에게 법치는 우리를 그들과 비슷한 것으로 주무르고 싶어하는 수단"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다른 해결책은 없고 관용만이 있을 뿐"이라며 "이것이 우리가 공통의 길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오르반 총리는 과거에도 EU의 관료주의에 대해 여러 차례 날 선 공격을 하긴 했지만, 탈퇴를 언급한 적은 없었다고 dpa는 전했다.
이날 연설과 함께 헝가리는 4월 3일로 예정된 총선 선거운동 기간에 돌입했다.
야권에서 단일 후보를 내세우면서 오르반 총리에게는 쉽지 않은 선거가 될 전망이다.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집권당과 야권 연합의 지지율은 박빙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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