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민감성 감안 일정 공개 안하고 사후 보도자료 배포
정의용, 블링컨과 10번째 만남…"한반도 문제 허심탄회하게 대화"
(호놀룰루=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12일(현지시간)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대면 회담을 했다.
지난해 11월 하야시 외무상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열린 정식 회담이다.
일본이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용 현장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나선 직후인 만큼 이 회담은 북핵 문제 논의를 위해 예정된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담에 따른 일정임에도 특별히 주목받았다.
두 장관은 앞서 지난 3일 전화통화를 하고 사도광산 문제를 비롯해 양국간 현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날 회담은 한미·한미일 회담에 앞서 정오부터 진행됐지만 이 같은 시기적 민감성을 의식한 듯 종료 이후에야 취재진에 보도자료만 배포됐다.
만남 자체는 일찌감치 추진됐고, 조율도 꾸준히 진행된 게 사실이지만 마지막까지 일정을 확정하지 않을 만큼 조심스러운 기색이었다.
양국이 내놓은 보도자료 상으로 두 장관은 역사 문제를 비롯한 주요 현안에 각국 입장을 가감없이 전달하며 뚜렷한 인식차를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분위기는 자못 진지하고 우호적이었다"며 "제반 현안에 대해 입장은 큰 차이가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의사소통 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는데 합의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회담에서 한일 관계를 바라보는 우리 정부의 기본 시각과 올바른 역사 인식의 중요성, 양국 현안에 대한 우리의 입장, 한반도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했다.
또 "2월 3일 통화로 첫 소통의 물꼬를 트고 이번에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을 계기로 첫 대면 회의를 정식으로 개최하면서 양국관계에 대한 기본 인식은 중요한 문제기 때문에 원칙적 입장을 확고하게 전달한 것"이라며 "양국간 현안에 대해 우리도 구체적으로 입장을 이야기했고 일본도 의견을 개진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양국 관계의 근간에 깔린 근본적 긴장은 한미·한미일 회담과 공동회견까지 곳곳에서 엿보였다.
정 장관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양자회담에서 앞선 한일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우리에게는 차이가 있고 이를 모두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고 전했다.
또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블링컨 장관을 향한 질문임에도 답변을 자청해 "독도 문제에 관한 우리 정부 입장은 너무나 분명해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한편 이날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은 격의 없는 분위기 속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 이후 대응 방안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 장관은 이번 회담으로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과 모두 열 차례에 걸쳐 얼굴을 마주했다.
이와 관련, 또 다른 관계자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허심탄회하게 여러 주제를 심도깊게 대화했다"고 했고, 한 배석자는 "한미 장관회의에선 한반도 문제에 상당히 긴 시간을 할애했고 한미일에서는 한반도 문제가 절반 정도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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