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아들 관련 비리 의혹 제기한 기자 연소득 공개하며 비판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 대통령이 특정 언론인에 대한 공개 비판을 이어가자 언론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미주언론협회(IAPA)는 1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을 향해 "(언론인에 대한) 공격과 모욕을 즉시 멈추라"고 촉구했다.
협회는 멕시코에서 올해 5명의 언론인이 살해된 것을 거론하며 "경험상 권력 고위층의 공격은 언론에 대한 폭력을 부추긴다"고 우려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아들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한 한 기자에 날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를 비롯해 멕시코 안팎 신문과 라디오, 인터넷 매체와 일하고 있는 유력 언론인 카를로스 로레트 데몰라는 최근 미국 텍사스주에 사는 대통령 아들의 호화주택 임차와 관련한 의혹을 보도했다.
40세인 대통령 아들이 멕시코 국영석유기업과 거래한 한 기업의 임원 소유 주택에서 살고 있다며, 임대차 과정에서 부정이 개입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대통령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평소에도 정부 비판 기사를 많이 써온 로레트 기자를 비난했다.
지난 11일 정례 기자회견에선 해당 기자의 연 소득을 표까지 띄워서 공개하며 기자가 대통령 자신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번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또 로레트 기자가 부패한 '용병'에 지나지 않는다며 비판 언론을 비난하는 데 기자회견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로레트 기자는 곧바로 "기자 개인을 공격하기 위해 정부 자료를 이용했다"고 반발하며, 소득 수치도 부풀려져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공직자도 아닌 개인의 소득을 임의로 공개했다는 비판이 이어졌지만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14일 기자회견에서도 로레트 기자의 소득 도표를 다시 등장시키며 "모든 언론 종사자는 공적 영역에 있다"고 반박했다.
중도좌파 성향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전에도 기자회견 등에서 주류 언론들을 여러 차례 비판해왔다.
그러나 이번 로레트 기자와의 갈등은 최근 멕시코 내 언론인 피살이 잇따라 멕시코 안팎의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불거졌다는 점에서 더욱 언론인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전 세계에서 언론인에게 가장 위험한 나라로 알려진 멕시코에선 올해 들어서만 5명이 기자가 범죄와 비리 등을 취재하다 목숨을 잃었다.
멕시코 주재 미국 대사관은 지난 13일 트위터에서 다섯 번째 피살 기자에 애도를 표시하며 "멕시코 기자들이 처한 상황에 경악한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