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백신반대 시위로 2주 넘게 도시 마비·국경 봉쇄
역대 두번째 긴급조치법 등장…트뤼도 부친 이어 2대째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캐나다에서 코로나19 백신반대 트럭시위로 2주 넘게 혼란이 이어지면서 결국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14일(현지시간) 긴급조치를 발동했다.
A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트뤼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봉쇄 때문에 우리 경제가 다치고 공공 안전이 위험해진다"면서 "불법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계속하도록 허용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1988년 통과된 긴급조치 법은 연방 정부가 국가 비상 상황에서 치안을 지키기 위해 주(州) 관할을 넘어서면서 임시 조치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이 발령된 것은 이번으로 두번째다.
트뤼도 총리는 현재로서는 군은 투입하지 않을 것이며, 당국이 봉쇄를 풀기 위해 시위대 체포, 트럭 압수에 공권력을 더 쓰게 된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트뤼도 현 총리의 부친인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는 1970년에 이 법을 발동한 바 있어 그는 부친의 뒤를 이어 2대째 긴급조치 법을 사용하는 총리가 됐다.
트뤼도 총리는 그간 시위 해산에 적극 나서라는 압박을 받다가 이날 긴급조치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날 발표에 앞서 트뤼도 총리는 주지사들과 만나 긴급조치 발동을 협의했다.
트럭 시위에 직격타를 맞은 온타리오주의 더그 포드 주지사는 "우리는 법과 질서가 필요하다"면서 트뤼도 총리를 지지했으나 퀘벡주, 앨버타주 등의 주지사는 "상황을 악화할 수 있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긴급조치 법 발동은 7일내 의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
캐나다를 혼돈에 빠트린 트럭시위는 지난달 29일 수도 오타와에 트럭 운전수들이 몰려든 게 도화선이 됐다.
이들은 당초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미 국경을 넘나들도록 한 의무화 조치에 반발해 트럭을 몰고 거리를 점령했는데, 여기에 정부의 방역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가세하면서 도시가 사실상 마비됐다.
트럭시위는 '자유의 호송대'라는 깃발을 앞세워 10여개 도시로 번져나갔고, 특히 미국을 잇는 핵심 교역로인 앰버서더 다리를 한때 봉쇄하면서 경제, 외교 불씨를 낳기도 했다.
바다 건너 외국에서도 모방 시위가 확산하면서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 네덜란드 등 당국이 대응에 부심하고 있다.
한편 캐나다 경찰은 14일 시위대에서 권총, 장총, 방탄복, 흉기, 탄약 등을 압수했다고 CNN 방송이 보도했다.
경찰은 앨버타주 시위대 중 소규모 조직에서 이들 무기를 압수했으며, "이 조직은 만약 봉쇄를 풀려는 시도가 있으면 경찰을 상대로 무력을 휘두를 의도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또 트럭시위에 외국자금이 대거 지원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모금 웹사이트인 '기브센드고'(GiveSendGo)에서 캐나다 트럭시위에 9만2천건 이상이 기부됐는데, 기부 절반 이상이 미국에서 이뤄졌고 영국, 네덜란드, 아일랜드, 덴마크에서도 돈을 보냈다고 14일 보도했다.
캐나다 퀸즈대학의 극단주의 전문가인 아마나스 아마라싱암 교수는 건수로 보면 미국에서 5만1천건으로 56%, 캐나다에서 3만6천건으로 29%를, 영국에서 1천831건으로 2%를 각각 차지했다고 밝혔다.
금액으로 보면 미국에서 362만 달러(43억3천만원), 캐나다에서 431만 달러(약 51억6천만원)가 지원됐다.
캐나다 트럭시위에 기부금을 보낸 9만여명의 이름과 거주지를 유출한 한 해커는 가디언에 "캐나다에서 나오지 않은 막대한 자금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면서 "캐나다는 외국의 정치 조작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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