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고법, 'SNS스타 명예살인' 오빠에 무죄 판결 논란

파키스탄 고법, 'SNS스타 명예살인' 오빠에 무죄 판결 논란
하급심 종신형 뒤집어…어머니, 아들 용서 입장 밝혀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파키스탄 상급심이 소셜미디어(SNS) 스타인 여동생을 '명예살인'한 후 종신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던 오빠에 무죄 판결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현지 시간) 돈(DAWN) 등 파키스탄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라호르고등법원 물탄 지원은 전날 해당 사건과 관련해 무함마드 와심에 대해 무죄라고 선고하며 하급심 판결을 뒤집었다.
와심의 변호사인 사르다르 메흐부브는 "와심은 완전히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원 판결 이유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번 판결을 앞두고 와심의 어머니는 법원에 아들을 용서한다는 내용의 청원을 제출했다.
과거 파키스탄에서는 가족 구성원 간 명예살인의 경우 다른 구성원이 이를 용서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는 법이 있었다.
지금은 관련 규정이 폐지됐지만 와심의 어머니는 과거 상황에 기대 아들이 처벌받지 않기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원이 판결 과정에서 와심 어머니의 청원을 고려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와심의 여동생 칸딜 발로치는 '파키스탄의 킴 카다시안'으로 불리며 온라인 스타로 인기를 끌었다. 킴 카다시안은 미국의 모델 겸 패션 디자이너로 파격적인 의상 등으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인물이다.
발로치도 파키스탄의 보수적인 무슬림 문화에 굴하지 않고 돌출 행동과 남녀평등 주장 등으로 현지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파키스탄이 크리켓 대회에서 우승하면 스트립쇼를 하겠다"는 발언 등을 했고 한 호텔 방에서 유명 종교지도자와 나란히 셀카를 찍어 올리기도 했다.
이런 게시물이 인기를 끌면서 발로치의 트위터 팔로워는 4만 명이 넘었고,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좋아요'를 누른 이용자도 70만 명이 넘었다.
하지만 그는 2016년 7월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며칠 뒤 와심은 "여동생이 가문을 부끄럽게 했다. 나는 내 행동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범행을 자백했다.
이후 파키스탄 지방법원은 2019년 와심에게 종신형을 선고했고 와심은 항소했다.
이번 판결 내용이 알려지자 소셜미디어(SNS)에서는 파키스탄 법원을 비난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네티즌 다이안 프리시는 트위터를 통해 목격자와 자백이 있는데 어떻게 이런 판결이 가능하냐고 지적했다.
모하마드 알람은 "파키스탄 판사는 어떤 판결도 내릴 수 있다"고 법원을 비꼬기도 했다.
파키스탄에서는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를 들어 가족 구성원이 여성을 살해하는 관습인 명예살인이 빈번하게 벌어진다. 해마다 1천여명의 여성이 명예살인으로 희생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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