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안락사 합법화 무산…"죽을권리보다 생명존엄 우위"

입력 2022-02-16 20:33  

이탈리아 안락사 합법화 무산…"죽을권리보다 생명존엄 우위"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큰 관심을 모은 안락사 합법화 국민투표가 결국 무산됐다.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헌법재판소는 15일(현지시간) 전원회의를 열어 3시간가량 심리한 끝에 관련 국민투표 청원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앞서 안락사 합법화를 추진해온 민간단체 '루카 코쉬오니'는 작년 하반기 일반 시민 100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국민투표 청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치료가 더는 불가능하거나 기계 장치로 연명하는 환자,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 환자 등의 '죽을 권리'를 인정하고 관련 법의 조력자 처벌 조항을 폐지해달라는 취지다.
현재 이탈리아에서는 1930년 도입된 형법 조항에 따라 타인의 극단적 선택을 돕거나 방조할 경우 최장 12년의 징역형에 처한다.
헌재는 이날 결정에서 죽을 권리보다 헌법에 명시된 생명의 존엄성에 더 무게를 뒀다.
안락사에 대한 형벌을 철폐할 경우 인간의 생명 보호를 근간으로 하는 헌법 정신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취약층에 대해 헌법상 보장된 최소한의 생명 보호를 보장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번 국민투표 청원 운동을 주도한 마르코 카파토는 헌재 결정에 짙은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고통받는 이들, 앞으로 더 고통받아야만 할 이들은 물론 민주주의에도 나쁜 소식"이라면서 다른 방식으로 안락사 합법화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적 가톨릭 전통이 뿌리 깊은 이탈리아는 유럽에서도 안락사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강한 국가 가운데 하나였으나 근래 들어 인식이 다소 전향적으로 바뀌는 추세다.
2019년에는 이탈리아인의 92%가 안락사 혹은 조력 자살 합법화에 찬성한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온 적도 있다.
이를 반영하듯 헌재도 그해 생명 연장 장치에 의지한 채 감내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 불치병 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돕는 일이 '항상' 범죄는 아니라고 결정하면서 의회의 입법적 대응을 촉구해 주목을 받았다.
현재 의회에서는 헌재 결정에 따라 후속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이다. 다만, 좌·우파 정당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려 이른 시일 안에 결론이 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유럽에서는 스위스 외에 네덜란드·벨기에 등이 안락사를 합법화했으며 가장 최근에는 스페인이 그 대열에 합류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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