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 '단결의 날' 동참…러 철군 발표에 "못믿겠다"
젤렌스키 대통령, 나토 참관단과 군사훈련 시찰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러시아의 침공 날짜로 거론됐던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단결'을 앞세워 두려움에 맞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서부 군사 훈련을 시찰했다.
영국·폴란드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참관단도 젤렌스키 대통령과 동행했다.
우크라이나 군은 러시아의 침공에 대비해 '눈보라 2022' 훈련을 진행 중이다. 이날은 러시아 국경 반대편, 우크라이나 서부의 리우네시에서 훈련이 진행됐다. 훈련에는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 운용 부대와 기갑 부대 등이 참여했다.
훈련 지휘관인 안드리이 멜니크 대령은 로이터 통신에 "화포, 전차, 장갑차, 대전차 로켓 등 육군이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훈련을 지켜본 하나 말리야 우크라이나 국방부 부장관은 "국가를 수호할 준비 태세를 모두 갖췄다"고 밝혔다.
주민들도 위축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우크라이나 남부의 중공업 도시 헤르손에서는 '단결의 날'을 맞아 시민 수백여명이 광장에 모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지방 공무원, 종교 지도자, 군인뿐 아니라 10대 청소년도 이 자리에 모여 러시아를 규탄하고 결사항전의 결의를 다졌다.
'단결의 날'은 이틀전 젤렌스키 대통령이 선포했다. 앞서 미국 정보기관들이 이날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일로 예상하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세계에 우리의 단결을 보여주겠다"면서 이날을 아예 기념일로 지정했다.
대통령령에 따라 이날 우크라이나의 모든 행정기관에 국기가 게양되고, 오전 10시엔 전역에 국가가 울려 퍼졌다. 해가 진 후에는 정부 청사를 청색·황색 조명으로 꾸몄다.
광장 행사에 참석한 한 시민은 NYT에 "대통령의 의도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기념일 지정 자체는 잘한 일"이라며 "역사적으로 우리는 비교적 젊은 국가다. 기념일이 시민들의 단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참석자는 "러시아의 괴물들이 국경 근처 병력을 철수시켰다고 하지만, 아직 믿기 이르다"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대사관 직원을 서쪽 지역으로 이전한 미국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모두 하나가 돼 있다. 군은 8년 간의 전쟁 이후 매우 강력하다. 우리는 두렵지 않다. 우리는 전혀 공포에 빠져 있지 않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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