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뇌관'된 돈바스…8년째 포성 이어져

입력 2022-02-18 13:42   수정 2022-02-18 17:29

우크라이나 전쟁 '뇌관'된 돈바스…8년째 포성 이어져
친러 성향 주민 비율 높아 2014년부터 분리·독립 본격화
러시아 지원받는 자칭 루간스크·도네츠크 공화국 수립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반군 점령 지역 루간스크의 한 유치원 벽에 17일(현지시간) 포탄이 떨어졌다. 현장 사진에는 뻥 뚫린 벽 아래로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공과 쏟아진 벽돌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천만다행으로 희생자는 없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정부 측과 반군 측은 서로 누가 먼저 공격했는지를 두고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17일(현지시간) 이 사건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돈바스 지역'으로 쏠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포격 소식이 러시아 매체를 통해 전해지자마자 주가가 폭락하고 유가와 금값이 순간적으로 치솟을 만큼 이 지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터트릴 수 있는 뇌관이 됐다.

포탄이 떨어진 유치원은 돈바스 지역에 속한 루간스크의 스타니차에 있다. 돈바스는 우크라이나의 루간스크와 도네츠크주 일대를 아울러 부르는 지명이다.
지리적으로는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지대로 러시아와 맞닿아 있다.
이 지역은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반군이 벌여온 '돈바스 내전'의 격전지다.
돈바스 내전은 러시아계 주민들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분리·독립을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이 내전이 일어나기 직전 우크라이나에서는 친러시아 측과 친서방 세력의 갈등이 매우 극심했다. 2013년에는 친 서방 세력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일으켰다.
당시 친러 정권은 이 시위에 대해 유혈 강제 진압에 나섰다가, 오히려 더욱 거세진 반발을 이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탄핵 후 친서방 과도정부가 들어섰다.
그러나 이때 친러 성향 비율이 높은 우크라이나 동부 루간스크와 도네츠크주는 반발했다. 이 지역 주민들은 분리 독립을 주장하면서 자체 주민투표를 거쳐 자칭 '루간스크 인민공화국'(LPR),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 수립을 선포했다.
이들 '국가'는 현재까지도 국제사회의 승인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을 반군으로 보고 제압하려는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정식 국가로 독립하려는 이들의 싸움이 돈바스 내전이다.

문제는 이들 반군이 러시아의 군사·병력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루간스크·도네츠크 공화국의 존재를 공식 승인하지는 않으면서도, 지도자들과는 일부 관계를 맺고 있다. 이 지역 주민 수십만명이 러시아 여권을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가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이 민간인을 공격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자작극'을 벌일 최우선 후보지로 돈바스가 지목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가 사실상 이들 국가를 지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러시아가 강하게 부인하지만 반군에 병력과 무기를 지원한다는 관측이 정설이다.
러시아 특수부대원이 아무런 부대 마크 없는 초록 군복을 입고 반군과 함께 활동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국제사회는 이들을 '리틀 그린 맨'이라고 불렀다.
러시아는 이들 반군 지역을 통째로 자국에 합병하기보다 우크라이나의 친러 세력으로 남겨 우크라이나의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편이 더 효과적인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전쟁을 멈추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도 없지 않았다. 2014년 9월에는 우크라이나, 러시아, LPR, DPR이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에서 정전 협정을 맺었다. 이른바 민스크 협정이다. 그러나 협정은 지켜지지 않았고 충돌이 계속됐다.
결국 이듬해인 2015년,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페트로 포로셴코 러시아 대통령과 LPR, DPR의 대표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중재로 다시 민스크에서 모여 16시간 합의한 끝에 '민스크 2차 협정'에 서명했다.

협정에 따라 OSCE가 전선을 감시하고, 정전협정 위반을 보고하면서 대규모 충은 멎었다. 그러나 산발적인 교전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이 전쟁으로 1만4천명이 사망했고 150만 명은 고향을 떠나 피난길에 올라야 했다.
정치적 격랑이 끊이지 않는 곳이지만 주민들은 어느 국가 정부가 통치하는지보다 어떻게 먹고살지를 더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14∼17일 돈바스 지역 주민 4천2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를 이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든, 러시아든 월급 오르고 연금 잘 나오기만 하면 된다"는 말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과반이 '그렇다'고 답했다.
돈바스의 우크라이나 정부의 관할 지역과, 반군 점령 지역 주민의 의견에 별다른 차이는 없었다.

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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