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 출신 이주민 증언…그리스 당국은 "가짜뉴스" 부인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그리스 당국이 자국에 온 아프리카 출신 이주민을 해상으로 밀어내 결국 사망케 했다는 증언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카메룬 국적의 한 이주민은 영국 가디언· 독일 슈피겔 등 유럽 주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작년 9월 이러한 일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 남성은 당시 그리스 해안경비대가 소형보트로 터키를 떠나 사모스섬에 닿은 자신과 다른 두 아프리카 출신 2명을 터키 영해에 가까운 바다로 다시 데려간 뒤 바다로 떠밀었다고 진술했다.
해당 남성은 가까스로 뭍까지 헤엄쳐 목숨을 건졌으나 다른 두 남성은 살아남지 못했다. 각각 카메룬·코트디부아르 출신인 이들은 며칠 뒤 터키 연안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가디언과 슈피켈은 이러한 이주민 증언과 영상물을 포함한 관련 자료, 그리스 해안경비대 내부 관계자 진술 등을 토대로 이 사건을 매우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이 보도는 그리스 당국이 중동·아프리카 이주민들을 터키 쪽으로 떠밀고 있다는 국제구호단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 당국은 관련 보도를 터키의 선전·선동에 따른 "가짜 뉴스"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노티스 미타라스 그리스 이민장관은 성명을 통해 불법 이주민에 대한 터키의 프로파간다가 종종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이어진다"면서 "터키 당국이 손 놓고 있는 사이 그리스 해안경비대는 매년 수천 명의 인명을 구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공해상에서 구조된 인원만 23만 명에 달한다며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그리스 정부는 독립적인 조사를 통해 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관련 보도를 한 언론인들이 당국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도로 그리스의 일부 인권 변호사들은 이 사건 관계자들을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AFP가 슈피겔을 인용해 전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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