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위기' 속 북 도발 나서면 미국은 '두 개 전선' 감당해야
바이든-김정은 간 수 싸움 본격화할지도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20일로 막을 내린다.
올림픽은 전 세계 최대의 평화 축제이지만 지금 세계는 전쟁의 공포에 휩싸여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보도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어서다.
전 세계 민주주의 리더로의 복귀를 선언한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을 크게 보면서도 이를 막기 위해 연일 경고음을 울려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공격을 결심했다고 확신한다며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고까지 18일(현지시간) 밝혔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등 미국 최고위급 인사들도 총출동해 유럽에서 동맹들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
실제로 전쟁이 발발한다면 유럽은 큰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일원인 미국도 말려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물론 23일 미러 외교장관의 막판 담판이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걱정을 낳게 하는 게 북한이다. 지난달 무려 8차례의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며 한반도 긴장을 끌어올렸던 북한은 올림픽 기간엔 조용했다.
이 점이 우려를 더욱 키운다. 중국의 전통적인 혈맹인 북한이 베이징 올림픽을 감안해 잠시 무력 시위를 멈췄다면 이제 다시 움직임을 재개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 경우 미국은 '두 개의 전선'을 감당해야 할 '누란지세'에 몰리게 된다.
북한은 지난달 전례 없는 횟수의 무력 시위를 이어간 데 이어 이른바 '레드라인'인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모라토리엄(유예) 해제까지 시사했다.
미국은 2년여 만에 처음으로 다른 계기 없이 오직 북한 이슈만을 다루기 위해 지난 12일 하와이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열어 단결력을 과시했다.
한미일 외교장관들은 북한의 무력 시위를 규탄하면서 대화를 촉구했고, 블링컨 국무장관은 '불법활동'을 하는 북한에 책임을 묻겠다고까지 했다. 정의용 외교장관도 북한의 모라토리엄 파기 시사를 거론하며 행동에 옮기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무력 시위에도 미국이 양보안을 내놓지 않는 등 대북 입장에 변화가 없자 이제 관심은 북한이 도발을 재개할지, 한다면 어느 정도 수위일지로 쏠린다.
북한의 도발 수위에 따라 미국 대응도 달라지겠지만,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대응으로 당장엔 북한에 초점을 맞추기가 쉬워 보이진 않는다.
물론 지금으로선 북한이 추가 무력 시위를 한다 해도 경고 외에는 딱히 취할 조치가 마땅치 않아 보인다. 다만 북한의 공언대로 핵실험이나 ICBM 시험발사가 이뤄지면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미국은 방어 명분으로 한반도 주변으로 미군 자산을 집중하는 등 군사적인 움직임을 보일 수 있지만, 실질적인 군사옵션 사용에는 신중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국 입장에서는 동맹과의 단합 등 지속적인 경고음과 함께 대화 촉구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북한의 도발을 자제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의 대북 역할론을 주문하고 있지만 이 역시 녹록하지 않다.
미국의 베이징 올림픽 정치적 보이콧 등으로 안 그래도 악화한 미중 관계가 더욱 나빠진 상황에서 이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한미일 국방 수장들의 내달 회동 가능성에 눈길이 간다.
한미일 외교회담에 이어 국방장관 회담까지 열린다면 상황 관리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 회담에선 내달로 예정된 전반기 한미연합훈련을 일정 기간 연기하거나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 호주, 인도와의 대중 견제 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의 참석차 5월 말께 일본을 방문하는 계기에 방한한다면 이는 한반도 긴장 관리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올인하는 바이든 대통령과 대미 양보안을 얻어내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수 싸움이 본격화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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