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주교회의, 전국성당에 20일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한 기도' 호소
미·폴란드 합동 군사훈련 개시로 전운 더 짙어져
(제슈프[폴란드]=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일요일인 20일(현지시간) 폴란드 가톨릭교회는 미사에서 일제히 이웃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기도했다.
폴란드는 3천800만 인구의 90%가 가톨릭교인이다.
폴란드 주교회의는 전국 성당에 이웃국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한 기도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80km 떨어진 폴란드 남동부의 소도시 제슈프의 성모승천성당에서도 이날 8차례의 미사가 끝날 때마다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한 기도를 하겠다고 공지했다.
신도들은 "우크라이나의 비극을 하느님이 용인하지 않으시리라 믿는다"며 "세계 지도자들이 100년 전 1·2차 세계대전을 비롯한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 무고한 이들이 가장 크게 고통받는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기도했다.
미사가 끝난 후에도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신도가 줄을 이었다.
미사를 마치고 나오던 제슈프 시민 이본나 씨는 "기도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제발 전쟁이라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고 평화가 돌아오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접경지역이어서 제슈프나 이웃 도시 등으로 우크라이나에서 피란민이 올 수 있다"면서 "그들이 온다면 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폴란드 정부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100명의 피란민이 국경을 넘어 폴란드로 올 것으로 예상한다.
제슈프 중심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파블로 씨는 "우리 같은 민초는 전쟁이 일어날지 일어나지 않을지 알 수 없지만, 우리와 불가분의 관계인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전쟁의 비극을 겪지 말았으면 한다"라고 바랐다.
파블로 씨도 "우크라이나에서 피란민이 오면 적극적으로 도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평화를 염원하는 폴란드 시민들의 간절한 기도 속에서도 전운은 더 짙어지고 있다.
폴란드 국방부는 20일부터 미군과 합동훈련을 한다고 발표했다.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부 장관은 이날 저녁 트위터에 "주말 동안 폴란드 동남부에서 폴란드군 기계화 보병사단의 18 기갑보병부대가 미군 82공수부대와 연합훈련을 시작했다"라는 글을 올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최전선은 폴란드다.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이날 종료할 예정이었던 연합훈련을 연장하기로 해 이번 미·폴란드의 합동 군사 훈련은 '맞불'이 된 셈이다.
국경이 접한 폴란드와 벨라루스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마주 보고 동시에 군사 훈련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 됐다.
침공에 대비해 미국은 폴란드, 루마니아, 독일에 있는 병력 6천명을 재배치해 이 가운데 82공수부대 등 4천700명을 폴란드에 보냈다. 이미 배치된 병력도 5천명에 달한다.
한국 정부도 우크라이나 현지 교민에게 재차 철수하라고 긴급공지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지역인 돈바스(도네츠크·루간스크주) 지역에서 정부군과 친러 반군의 교전이 가열되면서다.
우크라이나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은 68명(공관원 및 크림지역 체류 10명 제외)으로, 선교사가 14명, 유학생은 5명, 영주권자와 자영업자 등은 49명이다.
주폴란드 한국대사관은 지난 16일부터 우크라이나 리비우와 폴란드 국경도시 프셰미실에 임시연락사무소를 개설해 육로를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대피하는 우리 국민을 지원중이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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