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군대 객관적 필요성 생기면 철수"…전날 훈련 연장 발표 확인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와 함께 자국에서 연합훈련을 벌이고 있는 벨라루스가 당초 20일 종료될 예정이었던 훈련을 필요한 만큼 연장할 것이라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벨라루스군 총참모장(합참의장 격) 빅토르 굴례비치는 이날 자국 주재 외국 무관들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에서 러·벨라루스 연합 훈련 일정과 관련 이같이 발표했다.
그는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양국 국경 인근의 서방 군사 활동 증대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긴장 고조를 이유로 연합훈련을 연장하기로 했음을 상기시켰다.
이어 "러시아군 부대는 객관적 필요성이 생기고 우리가 그렇게 규정할 때 상주 기지로 복귀할 것"이라면서 "이는(군대 철수는) 전적으로 우리의 내정에 관한 것이며, 또한 상당 정도는 우리 서방 동료들에게도 달렸다"면서 서방측의 긴장 완화 조치를 주문했다.
그는 "벨라루스 국경 인근을 포함한 동유럽 지역에 배치된 (서방) 전력과 군사 장비들은 향후 상황 전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 가운데 하나"라면서 "벨라루스는 미국과 일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의 군대가 러·벨라루스 연합국가 국경에서 철수하고 이를 검증 조치로 확인할 것을 요구할 권한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옛 소련에 함께 속했던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지난 1990년대 말부터 '연합국가'(Union State) 창설을 추진하며 동맹 이상의 밀접한 관계를 맺어오고 있다.
전날 빅토르 흐레닌 벨라루스 국방장관은 러·벨라루스 연합훈련 '연합의 결의' 잠정 결과를 설명하면서, 푸틴 대통령과 루카셴코 대통령이 훈련 연장 결정을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는 극동·시베리아 지역의 동부군관구 소속 부대 병력 약 3만명과 군사장비들을 1만km가 넘는 벨라루스로 대거 이동시켜 지난 10일부터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벨라루스 남서부 훈련장과 폴란드·리투아니아 국경에 가까운 훈련장 등에서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훈련은 이달 20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다.
벨라루스-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까지는 최단 거리가 90㎞에 불과해 러시아가 훈련 명목으로 벨라루스에 배치한 병력으로 키예프 공격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서방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가 정해진 기한에 병력을 철수할지는 서방이 경고해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의도를 판단하는 가늠자로 여겨졌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훈련 연장 발표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정부군과 친러 분리주의 반군 간 교전이 격화하면서 우크라이나 주변 긴장이 한층 더 고조된 가운데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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