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서 전쟁 우려 목소리 "나라 지킬 것"
돈바스에선 친러 동부 주민들 러시아 국기 흔들며 '환호'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동부 돈바스 지역의 자칭 분리주의 공화국 독립을 승인하자 돈바스 지역과 그 외 지역 주민들의 엇갈린 반응이 터져 나왔다고 AFP·AP통신 등이 전했다.
소식을 접한 수도 키예프 시민들 사이에선 푸틴 대통령의 결정을 비판하거나 러시아에 맞서 나라를 지키자는 격앙된 목소리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도네츠크주 출신 22살 청년 아르템 이바스첸코는 AFP통신에 "매우 충격받았다"라며 "2014년 고향을 떠나온 이후 접한 가장 겁나는 뉴스"라고 전했다.
이바스첸코는 "난 이미 내 고향 일부를 잃었다"며 "(고향을) 지킬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40대 키예프 주민은 AP통신에 "왜 러시아가 동부 지역 독립을 승인해야 하는가"라며 "만약 이웃이 와서 '이 방은 우리 것이 될 거다'라고 말하면 그 말을 신경 쓰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우리 일반 시민들이 나라를 위해 싸울 것이기에 전쟁이 일어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미국 공영방송 NPR은 키예프의 거리는 대외적으로는 침착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들은 러시아가 지난해 가을 접경지에 병력을 늘릴 때부터 침착한 태도를 보여왔다고 방송은 전했다.
이날 소셜미디어(SNS)에서 공유된 사진을 보면 지하철에서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무거운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뉴스를 읽는 듯한 모습에서 다소 긴장된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러나 NPR은 온라인 공간에서는 적극적으로 전쟁에 맞서겠다는 목소리가 컸다고 전했다.
많은 우크라이나 시민은 혹시 모를 공격에 대비해 방위군을 거들자거나 군대를 위한 모금에 동참하자고 호소하는 목소리를 냈다.
분리주의 지역에서 일찍이 떠난 주민들 사이에선 다시는 고향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고 NPR은 전했다.
언제 전면전이 발발할지 모르는 돈바스 지역에선 정부군 관할 지역과 반군 장악 지역별로 상반된 분위기가 감지됐다.
도네츠크주에서도 정부군이 관할하는 노보냐티브카 마을에서는 한 60세 주민이 떨리는 목소리로 "2014년 때보다 상황이 안 좋다"며 "일촉즉발 상황에 있고 어디 도망갈 데도 없다"고 개탄했다.
반면, 분리주의자들이 거주하는 도네츠크주 중심부에서는 소식을 들은 주민들이 환호하며 축제 분위기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SNS에 떠돌아다니는 영상을 보면 수십명 규모로 모인 친러시아 성향 주민들은 거리로 나와 러시아 국기를 흔들면서 러시아 국가를 불렀다.
다른 영상에서는 거리 곳곳에 러시아 국기를 꽂아놓거나 폭죽을 터트리는 모습도 찍혔다.
돈바스 지역 인구 규모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에 각각 230만명과 150만명이 거주하며 다수가 러시아 국적자이거나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분리주의 세력이 점령한 지역 주민의 절반 이상이 자치권 여부에 상관없이 러시아에 통합되기를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이날 푸틴 대통령은 돈바스 친러 분리주의자들이 선포한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고 평화유지를 명분으로 이 지역에 러시아군을 투입하기로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행동을 규탄하면서 "러시아에 아무것도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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