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금융시장 불안…주가·루블화 연일 하락
크림 합병과 달리 러시아 내에서도 의견 갈려…"진짜 전쟁 원하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독립을 승인하고 이 지역으로 군대를 보내기로 하자 많은 러시아인이 앞으로 이어질 정치적 경제적 후폭풍을 걱정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 두 지역의 독립을 승인하겠다고 밝히는 동안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카페 체인 스쿠라토프의 바리스타 타티야나는 스마트폰으로 연설을 지켜봤다.
그는 "평소에는 대통령 연설을 보지 않지만, 이번에는 역사가 만들어지는 것을 봤다"며 "다만 역사가 옳은 방향으로 가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이번 결정을 환영하는 이들도 있었다.
모스크바 중심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고등학교 지리 교사 갈리나 그로모바는 "푸틴을 축복한다. 그는 드디어 돈바스를 우리의 보호 아래 뒀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에 포격을 가했다는 러시아 국영 방송의 보도를 언급하며 돈바스 지역 주민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학살'에 분노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서방과 우크라이나는 이 같은 보도를 침략 구실을 만들기 위한 러시아의 가짜뉴스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로모바와 달리 많은 러시아인은 이번 결정이 가져올 정치적 경제적 결과에 불안해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스베르방크와 같은 러시아 주요 은행들의 주가는 절반 아래로 하락하는 등 최근 러시아 금융 시장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다.
푸틴이 연설을 하는 동안 야권 성향의 러시아 민영방송 도쉬티(Dozhd) TV는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지난 2년 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을 생중계했다.
모스크바의 한 대형 물류 회사의 지역 책임자인 안드레이는 "나는 저축한 돈의 많은 부분을 러시아 회사 주식에 투자했다"며 "오는 3월에 터키로 휴가 가려던 계획과 작별해야 할 것 같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러시아 민간 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연설을 보고 살짝 충격을 받았고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상황은 내 주변의 많은 이들을 침몰시킬 만큼 나쁘다"며 "매우 험난한 긴 여정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싱크탱크 카네기모스크바센터의 선임연구원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는 이번 결정을 놓고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점령했을 때처럼 "러시아인이 결집하는 것은 예상하기 어렵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당시 푸틴의 지지율은 89%에 달했다.
반면 여론조사기관 레바다 센터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 러시아인의 53%는 이 두 지역이 독립하거나 러시아의 일부가 되길 원했지만 26%는 우크라이나 지역으로 봤고, 21%는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는 "크림반도는 푸틴이 사회 전역에서 지지를 받은 매우 특이한 사건이었지만 돈바스의 미래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며 "러시아인들은 우크라이나와 진짜 전쟁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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