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의 날 연설…"안보체제 구축 호소에 답 없어" 서방 비난
(모스크바·서울=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김연숙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 러시아는 외교적 해법을 모색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국익은 타협이 불가능한 사안이라며 무력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조국 수호자의 날'(군인의 날) 기념 연설에서 "우리나라는 직접적이고 정직한 대화, 가장 어려운 문제의 외교적 해결 모색 등에 항상 열려있다"면서 "하지만 러시아의 이익과 우리 국민의 안전은 우리에겐 무조건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육군과 해군을 발전시키고 현대화하며 군대의 효율성을 증강하고 군대가 첨단 장비로 무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러시아는 이미 다른 나라에는 없는 첨단무기들을 실전배치했다"면서 "앞으로도 극초음속 무기와 신물리법칙에 기초한 무기 등 유망한 무기들을 개발하고 (여기에) 디지털 기술, 인공지능 기술 등의 적용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러시아와 서방 간 군사적 대치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부닥쳐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그는 이날 연설을 통해 서방과의 협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필요할 경우 군사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변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하고 침공을 위협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친러 분리주의자들이 선포한 공화국들의 독립을 승인하면서 이곳으로 군대를 보내려 준비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러시아는 오히려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서방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위협하고 있으며 서방은 이런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군사장비들을 제공하면서 러시아와의 대결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역공을 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오늘날 국가 국방력 확보는 가장 중요한 국가 과제로 남아있다"면서 "국방력은 국가 안보와 국민의 평화적이고 편안한 삶, 러시아의 안정적이고 지속적 발전을 위한 확실한 보장이 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현재) 우리는 국제정세가 얼마나 복잡하게 조성되고 있는지, 군비 통제 체제 흔들기와 나토 블록의 군사활동 강화 같은 중대한 도전이 어떤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지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모든 국가를 확실히 지켜줄 평등하고 분리될 수 없는 안보 체제 구축에 관한 러시아의 호소는 답이 없이 남아있다"며 러시아의 안전보장 요구를 무시한 서방을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은 군인들을 향해 "최고사령관으로서 병사와 장교들에게 믿음을 갖고 있고, 당신들의 높은 전문성과 용맹함을 믿는다. 당신들이 국민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고 우리 대국의 국가 이익을 수호할 것을 믿는다"고 치하했다.
또 "러시아군 역사의 근저에는 항상 애국심과 국민의 단결, 조국에 충성하는 아들과 딸들의 헌신이 놓여있었다"면서 서방과의 대결 국면에서 국민의 단결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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