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로 외교정책 안바뀌어…에너지가 상승으로 美도 피해" 경고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가 23일 자국을 겨냥한 미국의 경제 제재에 대해 "제재 위협으로 러시아가 외교 정책을 수정하리라 기대하는 사람이 워싱턴에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대사는 이날 주미 러시아 대사관 페이스북에서 "제재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러시아)가 서방 세계의 제재로부터 하루라도 자유롭던 날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며 "이런 환경에서 일하는 법을 터득했다. 그냥 생존만이 아니라, 나라를 발전시킬 방법도 배웠다"고 제재 대응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안토노프 대사는 또 "우리를 향한 제재가 전 세계 금융·에너지 시장에 타격을 줄 것"이라면서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일반 시민도 가격 상승의 결과를 고스란히 느끼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반군의 독립을 승인하고, 우크라이나 영토에 자국군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하자 미국은 러시아 국책은행 VEB와 PSB, 이들의 자회사 등 42곳 등을 대상으로 미국 내 자산 동결·거래 제한 등의 제재를 내렸다.
유럽연합(EU) 회원국도 만장일치로 러시아의 일부 기업·개인을 대상으로 비슷한 제재를 가동했다.
독일은 특히 자국과 러시아를 잇는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2' 사업을 중단했다.
가스관은 이미 지난 9월 완공됐지만, 유럽과 러시아의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승인이 미뤄지는 상황이어서 이를 불허하는 것은 대러시아 제재의 핵심으로 꼽혀왔다.
이 제재와 관련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이제 유럽은 곧 가스 1천㎥를 2천 유로(270만원)에 사야 하는 멋진 신세계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통상 거래 단위로 환산하면 메가와트(㎿)당 215유로(30만원)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최근 유럽의 가스 가격은 ㎿당 79유로(10만7천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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