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 반도 합병 계기로 DB 중앙집중화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에 대비해 사이버 비상계획을 마련 중이라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가 수도 키예프를 장악하는 경우에 대비해 정부 청사의 서버를 삭제하거나 데이터를 이전하는 등의 비상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특수통신·정보보호국의 빅토르 조라 부국장은 폴리티코에 "우린 계획이 있고 시나리오도 준비돼있다"고 강조했다.
조라 부국장은 "키예프가 공격당하는 최악의 상황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다만 어떤 경우에든 관련 기관들은 준비된 시나리오에 따라 민감한 데이터와 장비를 옮기고 다른 곳에 새로운 정보기술(IT) 시스템을 설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중앙집중화했던 데이터 시스템이 러시아의 손에 넘어갈 때를 대비한 차원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침공하고 돈바스 지역이 친러 분리주의자들에 넘어가자 지역별로 분산된 데이터베이스를 수도에 끌어모으는 작업에 착수했다.
과거 우크라이나 정부의 전산시스템이 러시아나 반군 수중에 남겨지면 수도 키예프를 겨냥한 사이버 공격이 감행될 수 있다는 위협이 대두되면서다.
이번에는 돈바스 지역의 자칭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독립을 승인한 데 이어 파병 지시까지 내린 러시아가 수도 키예프를 공격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게 되면서 수도로 집중된 시스템을 보호하는 작업이 필요해진 것이다.
만약 우크라이나의 전산망이 러시아의 수중에 온전히 들어가게 되면 기밀문서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시민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도 노출될 위험이 있다.
최근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점령한 후 제거하거나 수용소로 보낼 반러 인사들의 명단을 만들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해 8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때 역시 방대한 양의 아프간 국민들의 정보를 담은 데이터베이스가 탈레반에 넘어갔다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조라 부국장은 만약 러시아가 침공 도중 우크라이나 정부 계정의 비밀번호를 해킹하는 경우 관련 기관 내 사이버팀은 재빨리 해당 계정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도록 지시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우크라이나는 다수의 백업 웹사이트도 구축해놓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는 러시아의 높은 해킹 능력을 고려하면 우크라이나 정부의 이런 조처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미국 사이버보안업체 크라우드 스트라이크의 애덤 마이어스 부사장은 지난 9년간 러시아는 러시아의 입김이 크게 미치지 않는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에서도 일부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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