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일촉즉발] 대만이 대러제재에 촉각 곤두세우는 이유

입력 2022-02-23 17:49  

[우크라 일촉즉발] 대만이 대러제재에 촉각 곤두세우는 이유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와 연계해 예의주시
"대만 몸값 높아져…우크라와 달라"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대만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와 연관해 바라보는 시각이 대두하고 있다.
특히 미국 등 서방의 러시아 제재 수위와 억지 효과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중국은 대만을 향한 무력 사용에 나서는 상황이 온다면 개전 초기 화력을 집중, 최대한 신속히 대만을 점령한 뒤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는 전략을 구사하려고 한다.
다만 신속한 대만 점령에 성공해도 서방국의 제재에 따른 경제 충격과 국제적 고립은 중국에 큰 대가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중국이 섣부른 행동에 나서지 못하도록 하는 억제 요인이다.
실제로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 경제가 서방의 제재로 크게 위축된 적이 있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유혈 진압 이후 미국 등 서방은 인권 유린의 책임을 물어 중국에 고강도 경제 제재를 가했다. 개혁개방 이후 두 자릿수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990년 3.8%로 주저앉았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망에서 배제하는 초강력 경제 제재를 동원할 수 있을지도 중국이 눈여겨보는 대목이다.
SWIFT는 회원 은행 간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 조직으로서 세계 200여개국의 1만1천개 금융기관이 가입돼 있다. 미국은 SWIFT를 통해 특정 국가나 법인, 개인을 국제 금융망에서 배제해 고립시킬 수 있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미중 신냉전 이후 중국은 미국이 자국을 SWIFT를 중심으로 한 국제 금융망에서 배제하는 극단적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면서 '위안화 독자 지대' 건설에 속도를 내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는 있지만 지난 1월 기준 위안화 국제 결제 비중은 아직 3.20%에 그친다.
중국은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데다 세계 최대의 무역국이라는 점에서 SWIFT 배제는 러시아보다 중국에 훨씬 재앙에 가까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전개된 미중 신냉전 와중에 중국은 서방국들이 상호파괴적인 효과를 초래하는 극단적 경제 제재 카드를 꺼내기를 주저한다는 인식도 하게 됐다.
2020년 중국이 '홍콩의 중국화'에 대못을 박는 홍콩국가보안법 도입을 강행할 때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은 초강력 제재를 공언했지만 결국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등 홍콩 및 중국 일부 고위 관리들을 상대로 한 상징적 제재를 하는 데 그쳤다.
미국 등 서방국이 그은 마지노선을 넘어도 '큰 징벌'을 받지는 않는다는 경험을 한 중국은 이후 홍콩 선거제 개편, 야권·시민단체 인사 대대적 형사처벌을 통해 한층 과감하게 '홍콩의 중국화'를 이뤄냈다.
서방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주시하고 있는 만큼 절대 '무른 대처'를 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가 위기에 처하면 그 충격은 세계로 메아리로 퍼져나갈 것"이라며 "그 메아리는 동아시아에서, 대만에서 들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대만 몸값 높아져…우크라와 달라"

미국과 동맹국들이 우선 대러 경제제재에 주력하면서 아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차원의 우크라이나 군사개입을 자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향후 사태 전개에 따라 미국과 나토가 러시아와 충돌을 감수하고 우크라이나에 군사력을 투입할 것인지도 중국이 눈여겨보는 중요 대목이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유사 상황이 발생했을 때 미국이 중국과의 전쟁을 각오하고 대만 방위에 뛰어들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1979년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단교한 미국은 '대만관계법'을 제정해 대만에 방어 무기를 제공하고 중국의 침공 등 유사시 대만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지만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때 실제 군사개입을 할지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다만 최근 미국 조야에서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의 최전선으로 부상한 대만 방위 의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의견이 뚜렷하게 대두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자신도 작년 10월 CNN 타운홀 행사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때 미국이 방어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우리는 그렇게 할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전략적 모호성 정책에 어긋나는 '실언'을 한 것으로 보면서도 그의 '속내'를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최근 수년간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가 크게 악화하고 대만을 향한 중국의 군사 압박이 거세진 가운데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만일 우크라이나에서 전면전이 발발한다면 중국이 혼란을 틈타 대만을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침공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23일 국가안전회의(NSC)를 주재하고 전군에 대응 태세 강화를 지시한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대만의 대중 경계심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다수 전문가는 중국의 군사력이 아직 일본·한국 등 아·태 지역에 포진된 미군의 대만 개입을 완벽하게 차단할 만큼 성장하지 못한 상태이기에 중국이 대만 침공이라는 모험을 강행하기에는 큰 부담이 따를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이 대중 압박 전초 기지이자 세계적 반도체 산업의 중심지로서 대만의 '몸값'을 높게 평가하고 있어 미국이 인도·태평양전략의 핵심축인 대만 보호에 적극나설 것이라는 점에서 우크라이나와 대만이 처한 환경에 근본적 차이가 있다는 평가가 대만에서 나온다.
이런 인식을 반영하듯 대만민의기금회가 최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묻는 항목에서 응답자의 60.8%가 '그다지 가능하지 않다' 또는 '전혀 가능하지 않다'는 응답을 했다.
아울러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올해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이 생전 구축한 최고 지도자 10년 임기제를 무력화하고 장기 집권을 공식화하는 중대 정치 행사인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나라 안팎의 안정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 스스로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중국의 대만 침공 기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무마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마샤오광(馬曉光)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23일 기자회견에서 "민진당 당국과 서방 여론이 짜고 악의적으로 우크라이나 문제를 활용해 중국 군사 위협론을 조작하면서 대만 문제를 국제화하고 대만 내 반중 여론을 선동하려 한다"며 "현재 대만 정세 긴장의 근본 원인은 대만 독립 세력이 외부 세력과 결탁해 독립을 기도하려는데 있다"고 주장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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