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제자리에 판매수익보다 연료비·전력구입비 상승이 더 커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6조원 가까운 역대 최대 규모의 영업손실을 냈다.
유가 상승으로 연료비 부담이 대폭 확대됐지만, 이를 상쇄할 만큼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해 수익성이 악화했다.
한전은 연결 기준 작년 한 해 영업손실이 5조8천601억원으로 전년(영업이익 4조863억원)과 비교해 적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4일 공시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로 국제유가가 치솟았을 때 기록한 연간 영업손실 2조7천981억원을 훨씬 웃도는 역대 최대 규모의 손실이다.
2020년 저유가 덕에 4조1천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뒤 1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선 것이기도 하다.
지난해 매출은 60조5천748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순손실은 5조2천549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4분기 영업손실은 4조7천303억원으로 전년동기(영업이익 9천337억원)와 비교해 적자 전환했다. 같은 분기 매출과 순손실은 각각 15조5천184억원과 3조6천736억원이었다.
작년 매출 증가에도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것은 전력재무구조의 80%를 차지하는 연료비와 전력구입비가 늘었지만 전기요금을 충분히 올리지 못하면서 비용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았기 때문이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전력판매량은 코로나19 회복세에 따른 제조업 평균가동률 증가 등으로 전년보다 4.7% 늘었다.
그러나 전기요금(연료비 조정요금)이 4분기에 한차례 오르는 데 그치면서 판매단가가 하락해 전기판매수익은 2.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런 가운데 나가는 비용은 더 늘었다.
지난해 한전 자회사들의 연료비와 한전이 민간 발전사로부터 사들인 전력구입비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조6천136억원, 5조9천69억원 증가했다.
이는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연료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여파다.
또한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석탄발전 상한제약 시행과 전력수요 증가 등으로 연료비가 비싼 LNG 발전량이 늘고 RPS(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비율이 7%에서 9%로 상향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발전설비 및 송배전설비 취득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 등으로 기타 영업비용 역시 1조4천314억원 증가했다.
한전의 경영실적은 유가 변동에 널뛰는 양상을 보여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됐으나 유명무실한 상태다.
올해는 2분기 이후로 두 차례 전기요금 인상이 예정돼있지만, 시장에서는 한전이 10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가 계획한 요금 인상 수준으로는 비용 상승분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가 고공행진이 이어지면 적자 폭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한전은 "연료가격의 추가 상승으로 재무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재무위기 대응 비상대책위'를 설치해 전력공급비용 절감, 설비효율 개선, 비핵심 자산매각 등을 추진하고 연료비를 절감하는 등 고강도 자구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전력시장의 가격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도록 전력시장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연료비 등 원가 변동분을 전기요금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방안을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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