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남미 아르헨티나 북동부 산불의 무서운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파라과이와 국경을 접한 코리엔테스주에서 발생한 산불은 벌써 서울 면적의 15배가량에 달하는 9천㎢의 숲과 습지를 집어삼켰습니다.

오랜 가뭄 속에 급격히 번진 산불이어서 쉽사리 불길이 잡히지 않습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지만 동물들의 희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산불이 발생한 이베라 국립공원은 늪사슴과 카피바라, 악어, 마코앵무새 등 다양한 야생동물의 터전입니다.

산불 현장에선 화상을 입거나 연기를 들이마시고 숨진 동물들이나 불길을 피해 달아나는 동물들의 사진과 영상들이 전해집니다.
현장에서 동물들을 돌보는 생물학자 에릭 펠로소는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불을 피해 달아나던 많은 동물들이 차에 치였다. 불에 타거나 호흡 곤란을 겪는 동물들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카피바라나 사슴 등은 비교적 재빠르게 달아날 수 있지만 뱀, 개미핥기 등 행동이 느린 동물은 더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살아남은 동물들도 돌아갈 곳이 없습니다. 나무와 풀은 타 버렸고, 물은 말라 버렸습니다.

야생동물 보호단체인 '리와일딩 아르헨티나'의 세바스티안 디마르티노는 "모든 것이 타버렸다. 불이 꺼진 후에 살아남은 동물은 뭘 먹고 살 수 있겠나. 기근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동물들을 위험에 처하게 한 건 우리 인간일지도 모릅니다.
리와일딩 아르헨티나의 소피아 에이노넨은 로이터에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거대한 규모의 사태"라며 극심한 가뭄과 늘어난 산불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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