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시아, 암호화폐 활용 고강도 금융제재 피하나

입력 2022-02-25 10:57  

[우크라 침공] 러시아, 암호화폐 활용 고강도 금융제재 피하나
"모든 제재 회피 가능" vs "완전한 솔루션 안 돼"…엇갈린 분석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이 고강도 금융제재를 공언하는 가운데 러시아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로 제재망을 벗어날 수 있을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CNN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서방측이 러시아 은행과 이 나라의 '부패한 억만장자들'의 숨통을 조일 수 있는 징벌적 제재를 강구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를 활용해 제재를 회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미국과 EU의 제재는 거의 은행에 집중돼 있어 제재 대상 러시아 기업이나 개인의 은행 전산망을 이용한 달러 또는 유로 거래를 막을 수 있지만, '공공거래장부(Public Ledger)'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공공거래장부는 가상화폐 거래 내역을 은행 전산망 등의 중앙 서버가 아닌 거래 당사자 컴퓨터에 저장해 누구나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돈세탁 감시 전문가인 로스 델스턴 씨는 "만약 러시아가 암호화폐만 쓰기로 결정한다면 사실상 모든 제재를 회피할 수 있을 것"이라며 "러시아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재무부도 지난해 10월 보고서를 통해 '나쁜 행위자들'이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 밖에서 디지털 화폐를 이용해 돈을 주고받음으로써 "미국의 제재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암호화폐 분석 전문회사인 '차이날리시스'는 동유럽 국가들이 암호화폐를 사용해 각종 범죄 자금을 거래하는 것을 그 단적인 예로 들었다.
차이날리시스는 흔히 '다크넷 마켓'으로 불리는 각종 불법 자금 거래액이 2020년 한 해 동안 17조 달러에 달했는데, 거래 수단은 대부분 비트코인이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늘어난 다크넷 마켓 거래의 대부분은 러시아어로만 가능한 '히드라'를 통해 이뤄졌다고 차이날리시스는 주장했다.
차이날리시스는 이달 초 낸 보고서에서 "히드라는 압도적으로 큰 세계 최대 다크넷 마켓으로 2020년의 전 세계 다크넷 마켓 수익 중 75%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달러 표시 자산 모두를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처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활용해 모든 제재를 회피할 수는 없다고 CNN은 지적했다.
델스턴 씨는 "모든 물건을 암호화폐로 살 수는 없다"며 전통적인 곡물 수입국인 러시아가 암호화폐로 곡물 대금을 지불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곡물 수출업자가 매 순간 가격이 변하는 암호화폐로 대금을 받으려 하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러시아 경제를 떠받치는 석유도 달러 결제가 이뤄지고 있다며 암호화폐로 거래하려면 달러화 등 정부 발행 화폐로 갈아탈 수 있는 방책을 따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을 통해 거래 내역을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러시아 소수 권력자에게는 완전한 솔루션(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CNN은 그러나 이론상으로는 러시아가 '이란 방식'을 활용해 서방의 금융 제재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처럼 석유 수출국인 이란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으로부터 수입 봉쇄와 금융기관 제재 등 거의 전면적인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
이란은 국제사회에서 거의 '불가촉천민' 취급을 당하고 있지만, 비트코인 채굴을 통해 제재를 회피하고 있다고 블록체인 분석 업체인 '엘립틱'이 밝혔다.
수출길이 막혀 남아도는 석유를 전력 소모량이 많은 비트코인 채굴에 활용하고 채굴자들에게 비트코인으로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엑립틱 공동설립자인 톰 로빈슨 씨는 "비트코인 채굴 과정을 통해 석유를 암호화폐로 바꿀 수 있다"며 "이란에 있는 비트코인 채굴자들은 이 암호화폐를 받아 필요한 물건을 수입한다"고 주장했다.
엘립틱은 이란 정부가 이를 거의 정책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엘립틱은 이란에서의 비트코인 채굴량이 세계 전체 채굴량의 4.5%를 차지한다며 이를 통해 이란은 연간 10억 달러(약 1조2천억 원)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산했다.
kjw@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