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국민이 극심한 혼란에 빠졌습니다.
동·북·남 3면으로 닥치는 러시아군을 피해 서쪽으로 향하는 피란민 행렬이 줄을 이었고, 갈 곳이 없는 국민들은 지하 대피소에서 공포에 몸을 떨었습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4일(현지시간) 새벽 폭격이 시작된 이후, 수도 키예프 시민 수백 명이 급히 지하철역으로 대피하면서 고성이 오가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펼쳐졌다고 전했습니다.
인파가 한 지하철역 입구에 몰려 충돌이 생기자 한 중년 남성이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고 합니다.
지하철 승강장에 있던 청소년들은 처음 겪는 폭발음에 신경이 예민해진 탓인지 제대로 서 있지 못하고 고꾸라지고 했다고 합니다.
21세 학생이라고 밝힌 한 주민은 텔레그래프에 "거의 잠을 자지 못해서 생각 자체를 할 수가 없어 (기자 당신의) 질문에 답할 수도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습니다.
지하로 피한 사람도 있지만 많은 시민이 차를 타고 폭격이 이어지는 도시를 떠나려 했습니다.
이날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리비우로 향하는 키예프의 주요 4차선 도로에서는 차가 한꺼번에 밀려들어 움직이지 못하고 수십㎞까지 늘어질 정도였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습니다.
뒷좌석에 세 살배기 딸을 태운 채 교통 체증으로 발이 묶여 있던 한 운전자는 "푸틴이 우리를 공격했고 전쟁이 시작됐으니 떠난다. 공습이 두렵다"면서 일단 키예프를 탈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습니다.
차가 없는 시민들은 공항과 버스 정류장을 찾았지만 역시 너무 많은 인파가 몰리고 전시에 여러 서비스가 중단돼 피란이 여의치 않은 상황입니다.
공항을 찾은 한 주민은 로이터통신에 "오늘 키예프에서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로 가려고 했는데 전쟁이 격화돼 비행편이 전부 취소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주민은 "누구도 우리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우리 비행편은 어떻게 되는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말해주지 않는다"면서 "갈 곳이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살던 보금자리를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하는 주민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집니다.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지역 도네츠크주 중심 도시 크라마토르스크에 살던 한 60대 여성은 시가지 전투를 목격하고는 중요한 서류, 옷가지, 스페어타이어만 챙겨 고향을 등졌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습니다.
그와 남편은 친구 한 명과 함께 격전지가 된 거리를 차로 달려 곧장 고속도로로 향했다고 합니다.
그는 "어제 떠났어야 했다. 오늘에서야 나는 모든 것을 남겨두고 떠난다"면서 후회했습니다.
차에 공간이 부족해 결국 반려견을 데려가지 못했다면서 "무비(반려견 이름)를 안고 울었다"고 합니다.
무비는 집 근처 소나무 숲을 산책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무비는 이제 혼자 남겨졌습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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