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해체 뒤 서방에 당한 굴욕 만회하고 싶은 의도"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개전을 선포하며 '핵무기'를 언급한 배경에는 강대국으로서 러시아의 힘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깔렸다고 AP통신이 25일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우크라이나에서 군사 작전 돌입을 선포하면서 "어떤 침략자라도 우리나라를 직접 공격하면 패배와 불길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에 의심이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소련 해체 후 상당 부분 능력을 상실했다 해도 러시아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핵보유국"이라며 "몇몇 최첨단 무기에서도 확실한 우위"라고도 경고했다.
이 발언은 일단 서방의 군사 개입을 막기 위한 위협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도 서방의 군사 개입이 쉽지 않을 거라는 점은 예측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AP통신의 분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강력한 제재를 경고하면서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대를 파병하는 방안에는 줄곧 선을 그어 왔다.
만에 하나 미국과 러시아가 직접 전투를 치르게 된다면 최악의 경우 핵이 확산하고 3차 세계대전까지 벌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을 공격했다면 상호 방위의 원칙에 따라 나토와 러시아가 맞붙었겠지만 우크라이나는 나토 회원국이 아니어서 미국이 적극적으로 참전할 근거가 없다.
그런데도 푸틴 대통령이 개전 선언에서 핵무기를 언급한 것은 결국 "러시아가 무시할 수 없는 강대국이라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는 열망을 드러낸 것"이라고 AP통신은 해석했다.
그는 24일 새벽 개전 연설에서 "소련의 해체 이후 현대 러시아는 최강국이 됐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통신은 "푸틴 대통령은 이전부터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 겪은 굴욕에 대해 반복적으로 말해 왔다"며 "핵무기를 휘두르면서 그는 소련이 미국을 내려다보던 때를 되새기고, 마음속으로는 (원하던) 존경을 구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영방송에 출연해 '1991년 소련 붕괴가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였느냐'는 말에 "엄청난 비극"이라며 "경제난에 나는 달빛을 보며 택시를 몰아야 했고 우리는 완전히 다른 나라로 바뀌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AP통신은 또 미국 정부도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의중을 어느 정도 파악했기에 핵 선제타격 가능성을 시사하는 '폭탄 발언'에도 비교적 절제된 대응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 국방부 관계자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AP통신에 "(핵 관련) 위협이 증가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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