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이어 다른 분야도 '주의' 수준 모니터링 강화…24시간 비상 대응 체계
상황 악화시 공매도 제한·연기금 동원·증시안정펀드 고려할 듯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하채림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내 금융 시장이 불안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2단계인 '주의'를 유지하면서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 장기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비에도 나섰다.
◇ 금융당국 '비상 대응 체계'…집중 점검·안정화 주력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5일부터 주식시장 모니터링 단계를 '주의'로 상향한 뒤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자 최근 다른 분야까지 주의 단계로 올려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금융위원회는 컨틴전시 플랜을 '정상-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구분하고 각 단계에 맞는 시장 안정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지만,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주의' 단계로 24시간 전방위로 금융시장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면서 "필요하면 긴급 금융지원프로그램 가동 등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대외 익스포저(잠재 위험에 노출된 대출·투자액) 중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0.4%(14억7천만달러)로 작은 편이다.
제재 대상에 오른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인 산업건설은행(PSB)과 대외경제은행(VEB)은 우리나라 개인과 기업의 송금 등 금융 거래가 많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이 전해진 첫날에는 우리나라도 주식이 급락하고 환율이 오르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둘째 날은 오히려 주식이 오르고 환율이 안정세를 찾는 등 현재까지 전반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 사태 장기화·악화시 연기금·증시안정펀드 카드 검토될 듯
문제는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와 러시아에 대한 서방 제재가 장기화 가능성이다.
이 경우 국내 금융시장 또한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컨틴전시 플랜이 '경계' 단계 이상으로 격상될 수 있다.
금융당국 또한 이런 점을 우려해 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대한 24시간 비상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고,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는 러시아 은행과의 거래 상황과 자금흐름 파악 등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필요하면 최대 2조원의 긴급 금융지원프로그램을 가동해 관련 기업의 자금 애로 해소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고 은행권과 추가 지원 방안 등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위기 상황에서 파악된 금융 업권별 취약 분야에 대해 먼저 안정화 조치를 시행하고, 단기 금융시장과 외화 자금 시장에 대한 집중 점검을 통해 급격한 부실을 방지할 계획이다.
우크라이나 관련국과 무역 관계가 많거나 석유, 천연가스, 곡물 등 수입 관련 기업의 자금 흐름도 점검해 지원할 방침이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상황이 더욱 나빠져 '경계' 또는 '심각' 단계에 이르면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이나 연기금 동원, 증시안정펀드 투입 등도 옵션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은 주가가 내려갈 때 이익을 내는 투자 기법인 공매도와 관련해 과열 종목으로 지정해 주가 하락을 막는 방법이다. 주가 하락 시 증가하는 반대매매를 줄이는 조치도 검토할 수 있다.
주식시장의 큰손인 연기금을 동원하는 방법도 있다. 국민연금 등이 주가 하락 시 등판해 적극적으로 매수할 경우 시장을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외환 위기 직후인 2001년 주가 폭락 당시 시도된 적이 있다.
증시안정펀드도 최악의 경우 내밀 수 있는 카드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이미 10조원 정도 약정된 펀드는 내년 상반기까지 언제든 금융당국이 꺼내 쓸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시안정펀드와 같은 카드는 최고 단계인 '심각'일 때 사용하는 것으로 현재 '주의' 단계에서는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하지만 언제든 꺼낼 수 있는 옵션인 건 맞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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