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돈바스 돕는다더니 키예프로 진격한 푸틴 구상은?

입력 2022-02-26 22:03   수정 2022-02-26 22:38

[우크라 침공] 돈바스 돕는다더니 키예프로 진격한 푸틴 구상은?
'친러 돈바스 학대 원점' 친서방 우크라 정권 단죄가 목표 주장
동시다발 공격으로 군사력 무력화한 뒤 친러 정권 세우려 할 듯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4일 새벽(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 군사작전' 개시를 명령하면서 이번 작전의 목표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친러시아 성향 공화국 지원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21일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에서 분리·독립을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을 승인하고 이 지역으로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공격을 억지한다는 명목으로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도록 자국 국방부에 지시한 뒤였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은 푸틴 대통령이 DPR과 LPR로 평화유지군을 파견한 뒤 우크라이나 정부와 돈바스 지역 지위 문제에 대한 협상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푸틴 대통령은 DPR·LPR과 맺은 우호·협력·상호원조 조약에 근거한 두 공화국의 군사 지원 요청을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에 나섰다.
군사 작전 지역도 돈바스에 한정하지 않았다. 사실상 우크라이나 전역에 미사일 공격을 퍼부으며, 벨라루스에 인접한 우크라이나 북부 지역과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에 접경한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으로부터 군대를 진격시켰다.
심지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인근 군사시설에 미사일 공격을 퍼붓고 공수부대와 유격대(파괴공작대) 등을 키예프 인근과 시내 근접 지역으로 투입해 전투를 벌이고 있다.
언뜻 보면 군사 작전의 명분인 돈바스 지원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는 파격적 행보지만 크렘린궁은 이를 '공격 원점 제거'라는 식으로 설명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5일 "푸틴 대통령은 처음부터 (우크라이나 침공) 군사작전의 목표가 (돈바스 지역의) DPR과 LPR 지원이며, 그 일환이 우크라이나의 탈군사화와 탈나치화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탈군사화는 우크라이나의 국방력을 무력화하는 것을, 탈나치화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정권을 몰아내는 것을 의미한다.
대량학살(제노사이드) 등을 저지르며 돈바스 공화국의 친러시아계 주민들을 학대하고 공격한 세력이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이므로 '공격 원점'에 해당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권을 몰아내는 것이 당연히 군사작전의 목표에 포함된다는 논리다.
러시아는 반러시아 친서방 노선을 추진해온 젤렌스키 정권을 극단적 민족주의를 신봉하는 신나치주의자들의 정권이라고 비난해 왔다.
젤렌스키 정권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립 우크라이나 건설을 목표로 나치 독일군에 협력한 우크라이나 극우민족주의 세력과 같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러시아에서 일반적으로 '민족주의'나 '민족주의자'라는 용어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푸틴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정권 지도부의 '범죄'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지난 23일 우크라이나 침공을 앞두고 한 연설에서 "러시아 시민들을 비롯해 민간인들에게 수많은 피의 범죄를 자행한 자들을 법정에 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그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침공은 젤렌스키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정권 지도부 '체포' 작전이기도 하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우크라이나 자체를 블라디미르 레닌을 비롯한 옛 소련 지도자들의 실수로 태어난 '사생아'로 간주하고, 지금의 친서방 우크라이나 정권도 2014년 서방의 사주를 받은 불법 쿠데타(마이단 혁명)로 탄생한 정권을 계승했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러시아인 보호를 포함하는 돈바스 문제를 해결하고, 러시아에 중대한 안보 위협이 되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저지하기 위해선 현 우크라이나 정권을 몰아내야 한다는 생각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이런 생각에 기초한 이번 우크라이나 군사 작전의 목표도 먼저 동시다발적 대규모 공격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의 저항 능력과 의지를 꺾은 뒤(탈군사화), 젤렌스키 정권을 몰아내고 친러시아 성향의 괴뢰 정권을 세우겠다는 것(탈나치화)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그동안 러시아가 주장해온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를 달성하는 것이 최종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군은 향후 며칠 간의 집중 공격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의 전투력과 주요 군사시설을 무력화하고 젤렌스키 정권의 보루인 키예프를 장악함으로써 탈군사화 목표를 달성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뒤이어 젤렌스키 정권을 축출하고 친러시아 성향 정치인들이 주도하는 괴뢰 정권을 세우려 할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군이 키예프를 포위한 상태에서 젤렌스키 정부와 항복 협상을 벌이려 할 수도 있다.
일단 우크라이나를 장악하고 나면 서방과 유럽 안보 전반에 대한 더 큰 틀의 협상에 나서려 할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푸틴 대통령의 구상은 아직 러시아군에 격렬하게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군과 우크라이나인들의 저항 의지로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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