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결된 결의안 초안에 '유엔헌장 7장' 언급됐다 中 반대 속에 빠져
왕이 "독자제재 더욱 반대…러 정당한 안보우려 적절 처리해야"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 뉴욕 현지시간으로 지난 25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결의안 초안에 평화 유지를 위한 다국적군의 무력 사용과 경제 제재의 근거가 되는 '유엔 헌장 7장'이 언급됐다가 삭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AP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안보리 결의안 채택을 지지한 안보리 이사국들은 결의안 초안에 유엔 헌장 7장을 언급한 내용을 넣었다가 찬성표를 더 얻기 위해 삭제했다.
이처럼 유엔 헌장 7장 관련 내용이 결의안 초안에서 빠진 데는 중국이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부장은 26일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중국은 안보리가 우크라이나 관련 결의안을 토론할 때 '무력 사용 권한부여'와 '제재' 표현을 언급하는 것을 저지했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또 25일 유럽연합(EU) 외교 대표, 영국 외무장관, 프랑스 대통령 보좌관 등과 각각 가진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5가지 입장을 밝히면서 "역대로 중국은 안보리 결의가 걸핏하면 무력 사용 권한 부여와 제재를 담은 유엔 헌장 7장을 인용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엔 헌장 제 7장은 안보리가 병력 사용을 수반하지 않는 경제·외교적 조치 등 제재를 가할 근거를 명시하고 있다. 또 이런 조치가 불충분할 경우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회복에 필요한 육·해·공군에 의한 조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같은 헌장 내용의 해석상 안보리는 유엔 회원국들이 평화유지를 위해 자발적으로 결성한 다국적군에 무력 사용 권한을 부여할 수 있는 묵시적 권한을 갖는데, 이는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당시를 포함한 국제 분쟁 해결의 최후 수단으로 사용돼 왔다.
왕 부장은 독일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중국은 제재 수단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찬성하지 않으며 국제법에 근거하지 않은 독자 제재에는 더욱 반대한다"며 "제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뿐 아니라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낸다"고 주장했다.
지난 25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대 러시아 규탄 및 철군 요구를 담아 상정된 우크라이나 사태 결의안은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채택되지 못했다.
15개 안보리 이사국 중 11개국은 찬성표를 던졌지만, 러시아는 반대했고 중국과 인도, 아랍에미리트 등 3개국은 기권표를 던졌다.
한편, 왕이 부장은 독일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중국은 우크라이나 정세 변화를 고도로 주목하고 있으며, 국면을 완화하고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며 "유럽의 안보 문제를 둘러싼 각국의 합리적 우려는 중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5차례 연속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동쪽으로 확대한 상황에서 러시아의 정당한 안보 요구는 적절히 처리돼야 한다"며 러시아 입장을 거들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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