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학생 해외탈출로 수강생·강의 수 줄어…부르카 착용 의무화는 아닌듯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지난해 8월 탈레반 재집권 후 휴교에 들어갔던 아프가니스탄의 국공립대가 6개월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남녀 학생의 교육 공간은 엄격하게 분리됐고, 그나마 등교한 여학생 수도 크게 줄었다.
27일(현지시간) 톨로뉴스 등 아프간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전날부터 카불대 등 아프간 내 주요 국공립대의 수업이 재개됐다.
아프간 고등교육부 대변인 아흐마드 타카는 "추운 지방(북부 등)의 대학교와 교육 기관 19곳이 재개방됐다"고 말했다.
남부 지역 일부 국공립대가 지난달 말과 이달 초 문을 다시 연 데 이어 이번에는 북부 지역 국공립대도 수업을 시작한 것이다.
일부 사립대는 이미 작년부터 등교를 허용한 상태라 이제 아프간 내 거의 모든 대학의 교육이 정상화 궤도에 오른 셈이다.
발크대 강사 바드샤 자르 아바디는 톨로 뉴스에 "대학교 재개방은 큰 뉴스"라며 새로운 봄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국 지침에 따라 남녀 학생에게는 각각 다른 강의 시간표가 적용됐고 교실도 분리됐다.
또 전 정부 붕괴 후 많은 교수진과 학생이 해외로 빠져나간 상황이라 과거보다 수강생과 강의 수는 많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카불대 영어 전공자 마리암은 AFP통신에 "예전에는 남녀 56명의 학생이 강의를 들었는데 지금은 여학생 7명만 수업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부르카(눈 부위만 망사로 뚫린 채 얼굴 등 온몸을 가리는 이슬람 복장) 같은 보수적인 복장 착용은 의무화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여학생들은 탈레반 집권 이전처럼 머리만 가리는 간단한 숄만 착용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다만, 탈레반 대원들은 학교 정문 등에서 취재하던 언론인들을 쫓아냈고 학생들이 교실에 휴대전화를 갖고 들어가는 것도 금지하는 등 강압적인 분위기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은 1차 집권기(1996∼2001년) 때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앞세워 여성의 외출, 취업, 교육 등을 엄격하게 제한한 바 있다.
재집권 후에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포용적 정부 구성, 여성 인권 존중 등 여러 유화 조치를 발표하기도 했지만 상당 부분은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
현재 아프간 34개 주 가운데 10개 주 정도를 제외하고는 중·고등 여학생은 여전히 공립학교에 다닐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탈레반은 다음 달 21일부터 남녀 모든 연령대의 학생에게 학교가 재개방될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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