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전 이어 주유소 기름도 바닥…외화 등 재정 고갈이 원인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국가 부도'까지 거론될 정도로 경제난이 심각한 스리랑카가 석유 부족으로 인해 순환 단전에 이어 대중교통까지 마비될 상황에 직면했다고 이코노미넥스트 등 현지 언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리랑카에서는 최근 석유 부족 사태가 악화하고 있다.
연료 부족으로 인해 일부 화력발전소는 이미 가동을 중단했고 여러 곳에서는 갑작스러운 단전도 발생했다.
와중에 물 부족까지 겹치면서 수력발전소까지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달 하순부터 공식적으로 순환 단전이 재개됐다.
주유소에서는 기름이 바닥나고 있다.
콜롬보의 운송업체 '디프나 트랜스포트' 관계자는 "경유를 구하기 위해 주유소 약 30곳을 찾아다녀야 했다"고 하소연했다.
설상가상으로 스리랑카의 최대 석유업체 중 하나인 랑카IOC는 전날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각각 11%와 12%씩 인상했다. 앞서 7% 인상이 이뤄진 지 불과 3주 만이다.
기름이 있는 주유소에서는 고육지책으로 할당제를 도입했다. 버스 등 차량당 2천∼3천 스리랑카루피(약 1만2천∼1만8천원)어치 기름만 파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운송업체가 정상적으로 버스를 운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민영버스사업자협회장인 게무누 위제라트네는 할당제는 현실적인 대책이 아니라며 "하루 동안 버스를 운용하려면 단거리에는 하루 6천∼7천루피, 장거리는 1만루피 상당의 경유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대중교통이 붕괴하고 경제가 멈출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스리랑카가 석유 부족난에 시달리는 것은 외화가 바닥난 가운데 정부 재정마저 고갈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다야 감만필라 스리랑카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18일 국영 석유회사인 CPC의 현금 손실이 계속돼 이제는 해외에서 석유를 조달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감만필라 장관은 "이전에는 석유를 수입할 달러가 부족했는데 이제는 달러를 살 (스리랑카) 루피마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CPC는 정부가 규제한 낮은 가격으로 경유를 공급하면서 지난해에만 830억 스리랑카루피(약 4천90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스리랑카 경제는 2019년 4월 '부활절 테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관광 산업 침체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중국과 벌인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로 인한 채무 부담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해 2분기 12.3% 성장했던 경제는 같은 해 3분기에는 1.5% 역성장했다.
물가도 폭등하면서 당국은 지난해 9월 경제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하지만 물가는 잡히지 않았고 지난달 식품 인플레이션율은 25%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해 12월 스리랑카의 국가신용등급을 CCC에서 CC로 1단계 하향 조정했다.
피치는 그러면서 "스리랑카가 외채 260억 달러를 갚지 못해 '국가 부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도 지난달 스리랑카의 국가신용등급을 CCC+에서 CCC로 낮췄다.
다만, 최근 중국과 인도가 통화 스와프 계약 등을 통한 긴급 지원에 나서면서 지난달 18일 만기가 돌아온 정부 발행 채권 5억달러는 정상적으로 상환됐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