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포토] 맨바닥서 새우잠…우크라이나 피란민의 고난

입력 2022-03-01 09:14   수정 2022-03-01 10:44

[월드&포토] 맨바닥서 새우잠…우크라이나 피란민의 고난
폴란드로만 28만명 이상 유입…기차역·체육관 등서 숙박



(프셰미실·메디카[폴란드]=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나흘째인 28일(현지시간) 폴란드 국경도시 프셰미실은 밀려드는 우크라이나 피란민으로 매우 혼잡했습니다.
이방인임이 바로 드러나는 국경의 작은 도시 프셰미실 시내에서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마주치는 것은 그리 어렵거나 드문 일이 아닙니다.



주폴란드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폴란드 국경수비대는 이날 현재 누적으로 우크라이나 피란민 28만1천 명 이상이 자국으로 들어왔다고 밝혔습니다. 일요일인 전날 하루에만 10만 명에 가까운 피란민이 입국했다고 합니다.
인구 6만 명의 작은 도시 프셰미실은 우크라이나 피란민에게 숙식을 비롯한 편의를 제공하고자 시내 3∼4곳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습니다.



중앙역사와 대형마트 주차장 부지, 학교 체육관 등입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급증하는 피란민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입니다.
특히 중앙역은 극도로 혼잡한 모습입니다. 역사에서 머무는 우크라이나 피란민과 기차 이용객이 뒤엉켜 매일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을 걱정하는 시선도 있지만, 생사를 걸고 국경을 넘은 이들에게 바이러스 감염 걱정은 사치스러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뒤늦게 넘어와 미처 역사 내 잠자리 공간을 얻지 못한 피란민은 대합실 의자에 웅크리고 앉아, 혹은 바닥에 담요를 깔고 새우잠을 청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폴란드 자원봉사자들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 먹을 것을 제공해 허기를 느낄 일은 없지만, 영하로 떨어지는 새벽 추위는 참기 어려운 고통입니다.



이는 다른 수용시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내 한 고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임시 시설에선 약 100여 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일반인에게 미치는 고단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공간입니다.
피란민의 지친 얼굴에선 현실의 공포와 미래에 대한 걱정, 일단은 안전한 곳에 왔다는 안도 등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습니다.



프셰미실 중앙역에서 만난 타냐라는 이름의 여성은 징집명령이 떨어진 20대 큰아들과 남편을 전장에 두고 다른 어린 자녀들만 데리고 전날 폴란드로 넘어왔다고 합니다.
메신저와 전화 등으로 두 사람과 가끔 연락하고 있지만 생사가 너무 걱정된다면서 빨리 전쟁이 끝나 다시 만날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며 울먹였습니다.



프셰미실로 이어지는 폴란드 메디카 국경검문소에선 이날도 막 월경한 우크라이나 피란민이 여러 명 눈에 띄었습니다. 일가족 열 명이 차 한 대로 20시간 넘게 이동한 사례도 있습니다.
갓난아기를 껴안은 29세의 한 여성은 검문소 앞에서 고국의 참혹한 상황을 설명하는 언론 인터뷰 도중 끝내 눈물을 보여 주위를 숙연케 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메디카 국경검문소까지 오는 길은 쉽지 않은 여정입니다. 주변 도로의 극심한 정체는 전쟁 발발 직후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이 없는 한 이 길을 이용하는 우크라이나인의 수는 줄지 않을 것 같습니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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