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놓고 갈라진 남북…"러 침공 강력규탄"vs"美패권정책 탓"

입력 2022-03-02 08:47   수정 2022-03-02 16:35

우크라 놓고 갈라진 남북…"러 침공 강력규탄"vs"美패권정책 탓"
유엔 특별총회서 같은날 발언…南 "러 철군과 돈바스 독립인정 철회" 촉구
北 "이라크, 아프간, 리비아 기억한다"며 美책임론…총회 결의안 통과될듯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놓고 남북이 유엔을 무대로 치열한 논리대결을 펼쳤다.
한국은 러시아의 무력 침공을 규탄하면서 서방이 주도하는 철군 요구 결의안에 공개 동참한 반면, 러시아의 우방인 북한은 오히려 사태 책임을 미국에 돌리면서 결의안 반대 입장을 공표했다.
양측은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유엔 긴급특별총회 2일차 회의에서 약 1시간 간격으로 연단에 올라 상반된 입장을 나타냈다.
먼저 발언자로 나선 조현 주유엔 한국대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무력 침공을 강하게 규탄한다"며 "이에 따라 한국은 유엔 안보리와 총회 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안보리 결의안은 물론 2일께 표결 예정인 총회 결의안에도 참여한 사실을 전 세계에 강조하면서 동참을 호소한 것이다.
조 대사는 "회원국의 주권, 독립, 영토보전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어떠한 행동도 규탄한다"며 우크라이나의 주권, 독립, 영토보전을 존중하고 러시아군이 즉각 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 분리주의 세력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한 결정을 비판하고 "러시아에 이번 위기를 추가로 고조할 수 있는 행위를 자제하고 외교적 해결을 추구할 것을 촉구한다"고 당부했다.
이처럼 서방 국가들의 입장에 동조한 조 대사는 긴급특별총회 소집의 근거가 된 '평화를 위한 단결'(Uniting for Peace) 결의가 1950년 한국전쟁을 계기로 마련됐다는 역사적 사실을 부각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조 대사는 "유엔 초창기에 한국은 유엔이 '평화를 위한 단결' 결의에 따라 침공 행위에 대응해 지원한 첫 번째 나라였다"고 소개한 뒤 "우리나라는 유엔이 그 당시 무고한 시민들의 울부짖음에 즉각 일어서준 덕분에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우리 대표부가 우크라이나 상황을 먼 나라의 비극으로 보지 않는 이유이자, 우리가 우크라이나인들을 향해 연대를 표시하는 이유"라며 "또 유엔 체계에서 여전히 희망을 품는 이유"라고 전했다.

그러나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우크라이나 위기의 근본 원인은 전적으로 다른 나라들을 향한 고압적이고 독단적인 태도에 심취한 미국과 서방의 패권 정책에 있다"며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김 대사는 "미국과 서방은 법적 안보 보장을 제공해달라는 러시아의 합리적이고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면서 더욱 노골적으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을 추구하고 공격무기 체계를 배치함으로써 조직적으로 유럽의 안보 환경을 약화시켰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개입하는 모든 지역과 국가에서 불화의 씨앗이 뿌려지고 국가 간 관계가 악화하는 것이 현재의 국제 질서"라며 "주권국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미국의 일방적이고 표리부동한 정책이 남아있는 한 세계 평화는 정착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북한은 러시아를 규탄하고 철군을 요구하는 유엔총회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김 대사는 선언했다.
또 한국전쟁에 대한 유엔의 지원 경험을 소개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와 유엔에 대한 믿음을 강조한 조 대사와 달리 김 대사는 서방의 공격으로 무너진 나라들의 사례를 내세워 미국을 비난하는 데 주력했다.
김 대사는 "우리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리비아의 주권과 영토보전이 국제 평화와 안보라는 구실 하에 어떻게 미국과 서방에 의해 침해됐는지를 분명히 기억한다"면서 "이들 국가를 파괴한 미국과 서방이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선 주권과 영토보전을 존중하라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북한 외에도 러시아에 동조하거나 중립을 지키는 국가가 여럿 있지만, 다음날 표결에서 100개국 이상의 찬성으로 결의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firstcir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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