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격 우려에다 식료품·의약품 고갈 걱정까지
대중교통 거의 단절…쓰레기는 그대로 방치
밤마다 통금…지하철역 가서 자고 날 밝으면 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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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어지면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고통도 가중되고 있다. 군사시설뿐만 아니라 민간시설에도 로켓이 떨어지는 등 전쟁의 공포에 시달리는 것에 더해 생필품은 떨어져 가고 밤에는 지하 기차역에서 밤을 지새우는 등 생활의 불편함도 가중되고 있다.
독일 국영 국제방송 '도이체 벨레'(DW·독일의 소리) 등 서방 언론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남은 시민들의 삶을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DW에 따르면 키예프 시민들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빵과 의약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통행금지령이 끝난 지난 28일 아침, 전보다 많은 사람과 차들이 거리로 몰려들었다. 식료품과 물, 의약품을 사재기하려는 인파였다.
키예프 시내에 있는 슈퍼마켓 앞에는 2시간가량 줄이 길게 늘어섰다. 그러나 정작 빵이나 신선한 과일, 채소는 없었다. 시 당국이 식료품을 상점으로 날랐지만 역부족이었다. 상당수 슈퍼마켓에서 구할 수 있는 건 케이크, 페이스트리, 담배, 술뿐이었다고 DW는 전했다. 시민들은 유통기한이 넉넉한 유제품 정도만 손에 넣어 발길을 돌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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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대체로 이런 사정을 이해하는 듯 보였지만, 식료품 부족 걱정을 떨칠 수는 없었다. 키예프에서 가장 가까운 농산물 직판장은 지난달 24일부터 문을 닫은 상태다.
약국 앞에 늘어선 줄은 슈퍼마켓보다는 짧았지만, 여전히 20∼30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 여성은 겁먹은 표정으로 "왜 약국은 중요 사회기반시설로 간주하지 않나요"라고 물었다. 그는 자신은 당뇨병을, 여동생은 심장질환, 사위는 간질을 앓고 있다며 "약국은 24시간 열려있어야죠. 특히 지금은!"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키예프 시내 중요 사회 인프라는 유지되고 있다. 전기, 난방, 온수는 항시 이용할 수 있고 인터넷 서비스도 안정적이다.
대중교통도 정기적이진 않지만 운행 중이다. 문제는 도시 쓰레기다. 수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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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예프시는 지난달 26일 첫 통행금지령을 내린 이후, 28일부터는 매일 오후 8시부터 이튿날 오전 7시까지 통금을 이어가기로 했다.
키예프가 러시아군의 공습을 받은 후 내린 조치로, 당국은 효율적인 수도 방어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재 키예프 시내에서 개인 승용차 운행은 금지된 상태다. 화물차량이나 대중교통, 앰뷸런스 또는 군용, 경찰차만 도로를 다닐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역에 계엄령을 내리고, 시민들에게 침착함을 유지하고, 자신을 스스로 위험에 빠뜨리지 말라고 권고했다.
이러한 조치는 키예프에 침입한 사보타주(의도적 파괴행위) 위험을 막아내고, 약탈을 방지하는 효과를 갖는다.
우크라이나군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시아군이 도시 기반시설을 파괴하거나, 우크라이나군 혹은 민간인으로 위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급차나 우크라이나 번호판을 단 민간 차량을 타고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또 러시아 사보타주 세력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차량 리스트 30여대를 공개하고, 주민에게 수상한 자가 있다면 군이나 시 당국으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통행이 금지된 시간에 인파가 모일 수 있는 곳은 지하철역이다. 방공호고 지정된 곳은 4곳. 그러나 시민들은 그 외 역, 공간이 부족하면 역 입구에서도 잠을 잔다. 역 지하에선 사이렌 소리나 폭발음은 잘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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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통행금지가 시작되기 전 지하철역에 도착하는데, 그렇지 않은 이들은 자신의 집 지하실이나 아파트 지하 창고에서 밤을 보낸다. 각자 먹을 것을 싸 오기도 하고, 어떤 이는 애완동물을 데려오기도 한다. 역에서는 화장실과 음수대를 이용할 수 있다.
지하철역은 통행금지 기간 인파가 모이는 몇 안 되는 공공장소 중 하나다. 방공호로 지정된 곳은 4곳이지만, 시민들은 다른 역에서도 잠을 자고 공간이 부족할 경우엔 역 입구에도 묵는다.
아침이 되면 시민들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 배를 채우고 휴식을 취한다. 낮에도 공습 사이렌이 울리긴 하지만, 이제는 더 신경조차 쓰지 않는 상황이라고 DW는 전했다.
전직 군인이라는 한 시민은 영국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푸틴 군대에서 피하지 않겠다"며 "집에 있을 것이다. 여태까지 숨지 않았고, 앞으로도 숨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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