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러시아 지원하겠지만 한계 있어"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러시아가 세계 각국의 제재로 외화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대규모의 중국 위안화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이를 통해 숨통을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일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호주 주요 은행인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은행)은 러시아 중앙은행과 국부펀드가 총 1천400억달러(약 169조원) 규모의 중국 채권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2일 추산했다.
이 은행은 러시아 중앙은행과 러시아 국부펀드(NWF)가 각각 800억달러(약 97조원), 600억달러(약 72조원) 규모의 위안화 채권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이 보유한 위안화 채권의 4분의 1에 달하는 규모라고 ANZ은행은 설명했다.
이 은행은 현재 러시아 입장에서 중국 채권·위안화가 서방의 제재 속에서 접근할 수 있는 주요 외국 자산·통화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맞서 위안화 자산과 중국의 독자적 국제 위안화 결제 시스템인 '국경 간 위안화 지급 시스템'(CIPS·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중국·러시아의 중앙은행들이 수십억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협정을 맺었고 러시아 금융권이 CIPS도 이용할 수 있는 상태라면서 중국 정부가 서방 제재에 맞서기로 결심만 하면 러시아에 금융지원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지원할 수는 있지만 당장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WSJ은 중국이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러시아 에너지·농산물 수입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효과가 나타나려면 수년이 걸릴 것이라면서 이같이 전망했다.
앞서 지난달 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1천175억달러(약 142조원) 규모의 원유·천연가스 수입 계약을 공개했다.
중국은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를 통해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로부터 1억t의 원유를 구매하고 연 100억㎥의 러시아산 천연가스도 극동 지역 가스관을 통해 공급받기로 했다.
그렇지만 원유 공급 계약은 10여년에 걸친 장기 계약이며, 천연가스 공급도 새로운 가스관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당장 러시아 경제에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또 설령 계획하고 있는 모든 가스관이 완전 가동된다 해도 중국에 대한 러시아의 천연가스 수출량은 최근 승인 절차가 중단된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의 연간 수출량 550억㎥보다 훨씬 적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수 시간 만에 나온 중국의 러시아산 밀 수입 제한 완화 조치도 중국의 러시아산 밀 수입량이 소량인데다 수입을 늘리려 해도 물류 문제 해결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WSJ은 중국이 서방의 제재 대상인 반도체나 소프트웨어 등을 공급하거나 CIPS를 통해 러시아 금융권의 숨통을 터줄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서방의 제재에 맞서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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