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본 대학 연구진 "다발성 경화증, 우유 삼가는 게 좋다"

입력 2022-03-02 17:59  

독일 본 대학 연구진 "다발성 경화증, 우유 삼가는 게 좋다"
'축삭 덮개' 미엘린 손상하는 '카제인 과민 반응' 확인
일반인 MS 위험은 '불확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다발성 경화증(MS)은 면역계가 미엘린 초(myelin sheath)를 파괴해 생기는 병으로 알려졌다.
미엘린 초(약칭 미엘린)는 신경세포(뉴런)의 축삭을 여러 겹으로 싸고 있는 인지질 막을 말한다.
쉽게 말해 미엘린의 기능은 전선의 피복처럼 뉴런을 통해 전달되는 전기신호를 보호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막이 손상돼 MS로 진행하면 감각 둔화, 시각 이상, 동작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어떤 환자는 휠체어에 의지할 정도로 심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우유 등 신선 유제품에 든 카제인(casein) 성분이 미엘린 손상에 관여할 수 있다는 동물 실험 결과가 나왔다.
카제인을 투여한 생쥐 모델은 미엘린의 심한 손상이 관찰됐고 신경학적 장애도 생겼다.
인(燐) 단백질의 일종인 카제인은 물에 잘 녹지 않고 산(酸)과 만나면 응고하는 성질이 있다.
콜라에 카제인을 섞으면 투명해지는 것도 콜라의 캐러멜색소가 카제인을 만나 응고하기 때문이다.
독일 본 대학병원의 슈테파니 퀴르텐 신경해부학 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1일(현지 시각)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논문으로 실렸다.




이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나온 MS 환자들의 고통 호소였다.
골자는 우유, 코티지 치즈(cottage cheese·작은 알갱이가 있는 백색 치즈), 요구르트 등을 먹고 나면 증상이 더 심해진다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밝히기 위해 우유의 여러 단백질 성분을 하나하나 생쥐 모델에 투여했다.
이 실험에서 카제인의 특이 반응이 확인됐다. 카제인을 투여한 생쥐는 미엘린이 심하게 손상돼 있었다.
미엘린에 숭숭 구멍이 난 생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신경 장애 증상을 보였다.
연구팀은 MS 환자에게서 관찰되는 것처럼 면역반응이 잘못 유도되는 게 아닌지 의심했다.
리티카 훈더 박사후연구원은 "실제로 (생쥐의) 면역계는 카제인을 공격했다"라면서 "그러면서 미엘린 형성에 관여하는 단백질도 파괴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교차 반응(cross-reactivity)은 관련된 두 분자가 유사할 때 일어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선 면역계가 비슷한 두 분자를 놓고 헷갈리는 거로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연구팀은 미엘린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다른 분자들과 카제인을 일일이 비교해 봤다.
이 과정에서 카제인과 아주 흡사한 MAG라는 단백질을 찾아냈다.
실제로 카제인에 반응하는 항체는 MAG에도 똑같이 반응할 정도로 둘은 닮았다.
생쥐의 면역계가 MAG를 카제인으로 잘못 보고 미엘린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흥미롭게도 생쥐의 카제인 항체를 인간의 뇌 조직에 적용했더니 미엘린을 생성하는 뉴런으로 항체가 몰렸다.
비록 부분적이라 하더라도 생쥐 실험 결과를 인간에게 적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MS 환자의 혈중 B세포(항체 생성 면역세포)가 카제인에 유난히 강하게 반응한다는 것도 밝혀졌다.
MS 환자가 우유를 마시면 카제인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이유로 추정됐다. 신선한 유제품을 섭취하자마자 면역계에서 다량의 카제인 항체가 생성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MAG와의 교차 반응 때문에 신경 섬유를 싸고 있는 미엘린이 손상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로의 미엘린 손상은 우유의 카제인 성분에 알레르기가 있는 MS 환자에게만 일어난다.
퀴르텐 교수는 "환자 스스로 이런 항체가 생기는지 알아볼 수 있는 자가 진단법을 개발 중"이라면서 "카제인 알레르기가 있는 MS 환자는 우유, 요구르트, 코티지 치즈 등을 피하는 게 좋다"라고 조언했다.
연구팀은 또 건강한 사람이 우유를 마셨을 때 MS 발병 위험이 커지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카제인이 건강한 사람에게도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고, 그렇다면 이론적으론 미엘린 교차 반응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제인 과민성(hypersensitivity)이 꼭 MS 발병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아직 확인된 건 아니지만, 다른 위험 요인이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관성이 있다는 것만 해도 마음을 놓기는 어렵다.
퀴르텐 교수는 "우유 소비가 많은 지역에서 MS 발병률이 높다는 걸 시사하는 연구 결과가 있다"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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